술 대신 ‘대마 음료’ 찾는 미국…주류업계, 규제 놓고 갈등

THC 함량 제한 앞두고 제조·유통업계 대립…최근 1년 판매액 74% 증가

유통/생활/문화입력 :2026/10/25 09:31

미국에서 대마 성분을 넣은 음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류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주류 판매 부진을 겪는 맥주·증류주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경쟁 제품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반면, 도매·소매업체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해 규제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에서 오는 12월 시행될 법률은 음료에 허용되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함량을 0.4㎎으로 제한한다. THC는 대마의 주요 향정신성 성분이다.

제조업체들은 이 기준이 적용되면 현재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매대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마초 성분을 함유한 음료 캔(CANN). (사진=회사 홈페이지 캡처)

미국 와인·증류주 도매협회(WSWA)는 새 규정으로 일부 음료 소매업체가 매출의 최대 20%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류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새로운 매출원으로 자리 잡은 THC 음료까지 판매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THC 음료 시장이 열린 계기는 2018년 미국이 산업용 대마인 헴프의 재배를 합법화하면서다. 어려움을 겪는 담배 농가에 새로운 수익 작물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헴프에서 추출한 THC 제품이 유통될 수 있는 규제의 빈틈도 생겼다. 일부 주가 별도 규제를 도입한 가운데 이들 제품은 식료품점과 편의점 등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윈크와 크레센트, 나우어데이스 등은 건강하고 숙취 없는 술의 대안이라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했다. 과일 맛을 더한 THC 탄산음료는 판매를 금지하지 않은 28개 주의 주류 판매점에서 맥주·와인·증류주와 진열 공간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분의 1 이상이 THC 함유 음료를 마셔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2개월간 닐슨IQ가 집계하는 매장의 THC 음료 매출은 2억 8900만 달러(약 3834억원)로 74% 증가했다. 컨설팅업체 휘트니 이코노믹스는 전체 THC 음료 시장의 연간 매출을 10억 달러(약 1조 3269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과 가처분소득 감소로 침체를 겪는 주류업계로서는 경쟁 부담이 커진 셈이다. 미국 증류주협회와 맥주협회 등은 THC 음료에 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한 로비 활동을 벌여왔다.

도매업체들은 기존 주류 유통 체계 안에서 THC 음료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자나 수입업체에서 유통업체와 소매업체를 차례로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3단계 구조에 편입하자는 것이다.

도슨 홉스 WSWA 대관 담당 책임자는 이번 규제로 책임 있게 사업하는 생산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오히려 암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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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류 제조업체의 입장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영국 맥주업체 브루독을 인수한 틸레이 브랜드는 피지 제인스, 해피 플라워 등 THC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어윈 사이먼 틸레이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THC 제품이 주류 매출을 잠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소비자들은 숙취가 없고 마음을 진정시켜 주며 기분 좋은 도취감을 얻을 수 있어 THC 제품을 즐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