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탱크가 취약한 이유는?

포탑과 몸체 자동적재시스템으로 연결돼 작은 타격에도 연쇄 폭발

인터넷입력 :2022/04/29 10:03

온라인이슈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탱크가 포탑이 날아간 채 파괴된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이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580대의 러시아 탱크가 파괴됐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탱크는 설계상 근본적 문제 때문에 취약하다고 미 CNN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 탱크가 파괴된 모습이 서방이 수십년 전부터 지적해온 "깜짝 인형 상자 효과"를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러시아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키이우(우크라이나)=AP/뉴시스]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가는 도로 모습. 최근 전투에서 파괴된 러시아 탱크가 도로 한가운데 서 있다. 2022.04.16.photo@newsis.com

문제는 러시아 탱크가 포탑에 탄약을 보관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현대 서방의 탱크와 달리 러시아 탱크는 포탑 안에 포탄을 여러발 보관하고 있다. 이때문에 간접적 충격만으로도 쉽게 폭발을 일으켜 탱크 전체에 적재한 최대 40의 포탄 전체가 연쇄 폭발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탱크의 포탑이 최대 2층 높이까지 튀어 오를 수 있다. 이런 장면들이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샘 벤데트 CNA 러시아 프로그램 자문관겸 신미국안보센터 부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탱크의 설계상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맞추기만 하면 탄약이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포탑이 바로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니콜라스 드러먼드 방위산업 전문가는 이같은 설계상 문제로 포탑에 2명, 운전자 1 명 등이 쉬운 사냥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초 안에 탈출하지 못하면 불에 타죽는다"는 것이다.

드러먼드는 탄약 폭발은 대부분의 러시아 기계화 장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BMD-4 보병 장갑차를 예로 들었다. 3명이 운행하고 5명을 추가로 태울 수 있는 이 장갑차가 로켓에 피격되면 "바로 파괴되는이동식 관"이라고 했다.

러시아 내에서도 러시아 탱크의 설계 결함이 널리 알려져 있는 문제다. 1991년과 2003년 걸프전에 등장한 서방의 탱크들에 맞섰다가 이번과 같은 문제를 겪었던 이라크의 러시아제 T-72 탱크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 포탑이 튀어오르는 일이 많았다.

드러먼드는 러시아가 이라크의 교훈을 살리지 못해 우크라이나에서도 비슷한 설계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1992년 T-72 탱크의 후신인 T-90 시리즈 탱크가 실전 배치되면서 포탄 적재 시스템을 개량했으나 미사일 적재 시스템은 예전 방식 그대로여서 여전히 취약하다고 드러먼드는 지적했다. 러시아의 T-80 탱크도 마찬가지로 미사일 적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미사일 적재 시스템을 이런 방식으로 하는 건 이점도 있다. 신미국안보센터 벤데트는 러시아가 공간을 절약해 크기를 줄임으로써 공격당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방 탱크는 이라크에서 T-72 탱크의 문제점을 목격한 뒤 "탄약을 분리 보관하고 있다"고 드러먼드가 밝혔다.

1차 이라크전 이후 개발된 미국의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대표적이다. 드러먼드는 "몸체 위에 얹혀 있는 포탑은 승무원 구역과 완전히 분리돼 있다. 모든 탄약이 몸체 올려져 있는 포탑에 적재돼 있기 때문에 포탑이 공격을 받아 폭발하더라도 승무원들은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스트라이커 장갑차보다 덩치가 큰 미군의 M1 에이브럼스 탱크도 자동 탄약 적재장치가 없다. 승무원이 수동으로 격리된 적재함에서 포탄을 꺼내 대포에 적재해 발사하도록 돼 있다. 적재함에는 문이 달려 있어서 승무원이 포탄을 쏠 때마다 문을 열고 닫도록 돼 있기 때문에 공격을 당했을 때 포탑에 남아 있는 포탄이 1발 뿐이다.

벤데트는 "정확하게 공격당해 탱크가 파괴되더라도 승무원들이 숨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드러먼드는 또 서방 탱크는 미사일 공격을 당해도 포탄이 터지지 않고 타버린다고 밝혔다.

러시아 탱크가 얼마나 파괴됐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정보공개 모니터링 웹사이트 오릭스에 따르면 4월28일까지 최소 300대의 러시아 탱크가 파괴되고 추가로 279대가 손상을 입었거나 버려졌거나 빼앗겼다. 그러나 이 수치는 직접 목격된 것만을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군은 탱크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군 병력 1만5000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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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중 탱크병이 얼마나 되는 지는 알수 없지만 탱크병을 보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훈련시키는데 최소 몇 개월 이상 최대 1년까지 걸린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