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민간인 학살 러軍 대화 도청…"모두 죽여, 멍청아"

생활입력 :2022/04/08 15:39

온라인이슈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독일 정보기관이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을 처형하는 내용의 무선 대화를 도청했다.

7일(현지시간) 독일 슈피겔지는 독일 대외정보국(BND)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 등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살해 관련 나눈 대화를 도청해 전날 독일 의회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부차=AP/뉴시스]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의 공동묘지에서 신원 확인을 마친 한 남성의 시신에 신분증이 놓여 있다. 2022.04.08.

슈피겔지에 따르면 도청에는 한 러시아 군인이 동료에게 "조금 전 자전거 탄 사람을 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부차에서 자전거 옆에 쓰러져있는 시신 사진이 공개된 점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한 군인은 "먼저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심문하고 나서 쏴라"고 명령하는 내용도 있었다. 도청 내용 일부는 부차 주도로 길가에 방치된 시신의 위치와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BND는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와그너 소속 용병들이 민간인 학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증거도 함께 포착했다. 와그너는 시리아에서도 유사한 잔혹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업체다.

[보로디안카=AP/뉴시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보로디안카에서 자전거에 식료품을 실은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아파트 앞을 지나고 있다. 2022.04.07.

최근 한 목격자에 따르면 부차 지역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초기 젊은 병사들로 구성됐으며, 교대된 이후 민간인 학살이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일부 목격자는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체첸공화국 민병대가 부차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민간인 학살 행위가 점령 목표 차원에서 이뤄졌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BND가 확보한 도청에 따르면 학살은 임의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으며, 군인 개인의 일탈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도청 자료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학살을 그저 일상생활에 대해 얘기하듯 취급한 점을 시사한다고 슈피겔지는 전했다.

또 민간인 학살은 러시아군 활동의 기본적인 요소였으며, 더 넓은 전략의 일부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민간인 사이에 공포심을 퍼트려 이들의 저항 의지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다.

BND는 도청 자료를 추가 분석 중이며, 일부 음성 자료는 정확하게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녹음 파일은 부차 사례가 다른 곳에서도 발생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러시아가 포위해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는 마리우폴 주변에서도 유사한 민간인 학살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와 별도로 독일 정보기관은 러시아군이 부차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장면을 포착한 인공위성 사진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지난 5일 러시아 군인들이 민간인 살해 명령을 받는 내용의 일련의 음성 대화를 도청해 공개한 바 있다.

도청 내용 중에는 러시아 군인이 민간인 두 명이 탄 차량을 확인했다고 보고하자 "모두 죽여버려, 멍청아"라고 명령받는 내용도 포함됐다.

관련기사

부차 민간인 피해는 증가하고 있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이날 현재까지 파악된 민간인 사망자가 총 320명으로, 90%가량이 총상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