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실상 연임 확정…역대 네번째

아시아나 매각 등 현안에 3년 더 중책 맡을 듯

금융입력 :2020/09/09 16:59    수정: 2020/09/09 17:02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산업계 전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기업 구조조정 문제까지 쌓이자 정부가 그에게 3년 더 중책을 맡기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날 오후 이동걸 회장의 연임에 대한 절차를 밟은 뒤 금명간 이를 대외에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이로써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 역사상 네 번째로 연임에 성공한 CEO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실제 1954년 산업은행 설립 후 연임한 수장은 구용서 초대 총재와 김원기(15~17대)·이형구(25~26대) 총재 등 단 세 명에 불과하다. 정부 정책에 따라 운영 방향이 바뀌는 국책은행의 특성상 임기를 완주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탓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그간 산업은행 안팎에선 이동걸 회장의 연임을 점치는 시선이 우세했다. 임기 만료(10일)가 임박했음에도 이렇다 할 하마평이 없었고, 그가 11일로 예정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에까지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 바 있어서다.

이동걸 회장 본인도 남다른 성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7년 9월 취임 직후 금호타이어 해외매각과 STX조선 정상화, 한국GM 잔류 등 이슈를 풀어낸 게 대표적이다. 앞선 몇 명의 회장이 손대지 못했던 사안을 불과 1년여 만에 해결하면서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임기 2년차에도 이동걸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는 계속됐다.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유도하고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출자 기업 관리 기능을 덜어냈으며, 벤처투자플랫폼인 ‘KDB넥스트라운드’를 활용해 창업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동걸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부터는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두산그룹과 대한항공 등 주요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작업을 지휘했고, 정부의 '한국판 뉴딜사업'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맡았다. 이밖에 코로나19 위기 속에도 인도네시아 종합금융사 티파 파이낸스(Tifa Finance) 인수를 마무리하고 동남아지역 영업기반을 다진 것 역시 그의 공적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이동걸 회장이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게 되자, 업계에서는 굵직한 기업의 구조조정 작업이 한동안 일관성 있게 흐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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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급한 현안이 쌓여있다는 점은 과제다. 이동걸 회장으로서는 당장 협상 결렬 수순을 밟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아직 완료되지 않은 대우조선과 KDB생명의 매각 작업도 지켜봐야 하는 실정이다. 덧붙여 신규 투자자를 물색하는 쌍용자동차 지원 여부도 앞으로 산업은행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장 인선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면서도 "이동걸 회장의 임기 만료가 도래한 만큼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