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자 채권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플랜B' 마련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 계약금 2천500억원을 둘러싼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간 법정 분쟁까지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계약 해지 통보에 앞서 HDC현대산업개발 측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이 회사가 상대방의 책임을 주장하는 모양새라 협상 결렬과 동시에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가의 10%인 2천500억원을 계약금으로 부담했다. 원칙대로라면 무산 시 계약금은 매도자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갖게 되지만, 적지 않은 액수라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이를 돌려받으려 할 것이란 게 산업은행 안팎의 관측이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그간 인수 의지엔 변함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12주 재실사'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며 앞으로의 소송전에 대비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왔다.
무엇보다 계약금 반환 소송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것은 한화그룹처럼 보증금을 돌려받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며 이행보증금 3천150억원을 지급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약 8년간의 공방 끝에 62%에 해당하는 1천951억원을 돌려받았다. 법원이 막대한 보증금을 지급하고도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반발에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한화 측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결과다.
그러나 채권단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을 들여다볼 충분한 시간을 줬고, 노조가 실사를 막은 것도 아닌 만큼 대우조선 때와 이번 케이스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산업은행 측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금호산업이 7주간 실사 기간을 줬고, 인수단도 6개월 이상 아시아나항공에서 활동했다며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HDC현대산업개발 측 요구에 정면으로 맞섰다. 또 실사를 주장한 부분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것이라 계약 위반 사항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게다가 채권단으로서도 막판까지 다양한 인수 조건을 제시하며 최대한 성의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이렇다보니 내부에선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지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앞선 브리핑에서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하등 잘못한 게 없다"면서 "계약 무산의 모든 법적 책임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있으니 계약금 반환 소송은 없으리라 본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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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매도자인 금호산업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공식적으로 최종 계약 해지를 통보할 예정이다. 이번주 초 열릴 정부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뒤 통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채권단은 즉각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8천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꿔 경영권을 확보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으로 최대 2조원을 수혈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