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하락 IBM 연간전망치는 낙관, 왜?

일반입력 :2013/07/18 09:43    수정: 2013/07/18 10:21

IBM이 상반기동안 전년에 못미치는 매출과 주당이익을 기록하고도, 연간 실적전망을 상향했다. '장기적인 대형 투자철회 논의'를 이유로 들었다. 해고, 비용축소, 사업부 매각 등으로 주주의 이익에 충실히 복무해온 IBM의 성격을 재차 확인시켰다.

17일(현지시간) IBM은 회계연도 2013년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249억달러 매출과 32억달러 순익(주당 2.91달러)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3% 줄었고, 순익도 전년보다 17% 줄었다.

사업부별로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GBS), 시스템테크놀로지그룹(STG), 글로벌파이낸싱(GF) 등이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GBS 매출은 95억3천600만달러로 전년보다 4.6% 줄었고, GBS는 46억600만달러로 1.3% 줄었다. STG 매출은 37억5천800만달러로 11.8% 줄었고, GF는 5.8% 줄었다.

소프트웨어그룹만 전년보다 매출이 늘었다. 소프트웨어그룹 매출은 64억2천300만달러로 4.1% 증가했다.IBM은 올해 구조조정비용에 10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그에 따른 올해 주당이익 예상은 15.08달러로 조정됐다. 하지만, IBM은 또한 올해 주당이익에 약 45센트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써 IBM의 올해 주당이익은 16달러이상으로 조정됐다.

'대형 투자철수 프로젝트에 대한 장기화된 논의'에 따른 것으로 설명됐다. 저가 x86서버사업 매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업계엔 IBM이 레노버에 x86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실제 거래성사단계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두 회사의 협상은 결렬됐다. IBM이 원한 매각대금과 레노버의 의향 사이에 격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BM은 x86서버 사업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적절한 구매자를 찾으며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는 게 이번 분기실적 발표를 통해 드러났다.

IBM은 지난 2005년 PC사업부을 레노버에 12억5천만달러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고수익 기업용 SW와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2005년을 기점으로 IBM의 기업 성격은 과거와 180도 달라졌다. 기술투자와 자부심의 대명사였던 IBM은 이때부터 주식회사로서 주주에 대한 헌신에 더 집중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IBM STG의 영업마진 대부분은 메인프레임과 파워시스템 쪽에서 확보된다. x86서버는 통상적으로 수익률 5% 내외로 여겨진다. 더구나 IBM x86서버사업은 최근 1년동안 줄곧 전년대비 매출감소 추세를 보였다. IBM x86서버는 HP, 델과 경쟁에 밀려 3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 20% 안팎을 오가는 답보상태다.

IBM의 저가 x86서버 매각에 대한 고려가 전혀 뜬금없는 건 아니다. x86서버 고객사의 구매패턴 변화 때문이다. x86서버의 가장 큰 고객층인 통신 및 미디어 분야 기업 중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기업들은 IBM이나 HP, 델 같은 회사의 서버를 구매하기보다,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서버를 활용하거나, 미국 내 혹은 중국·대만 등지의 저가 서버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x86서버의 가장 많은 매출군에 해당하는 2소켓 서버 구매자들이다. 2소켓 x86서버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만약 IBM이 x86서버사업을 포트폴리오 상에서 지운다면, 회사 전체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그를 통해 주가를 부양할 수 있다는 게 IBM의 판단으로 읽힌다.

일단 IBM이 레노버에 모든 x86서버 사업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어플라이언스 제품군 '퓨어시스템'에 투입되는 x86 콤포넌트를 회사의 x86제품군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IBM은 퓨어시스템 출시 이후 모든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마케팅 포인트를 퓨어시스템에 맞추고 있다. 블레이드 서버가 갈수록 시장 규모를 늘려가는 중임에도 별도 블레이드 제품군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다. 기본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어플라이언스를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또한 IBM의 하드웨어 사업에 있어 x86서버는 무시하기 힘든 규모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작년 4분기 IBM 서버매출 154억달러 중 49억달러가 x86서버다.

x86서버사업을 레노버에 완전히 매각할 경우 입게 되는 손실도 적지 않다. 비록 HP엔 미치지 못하지만, IBM도 세계 컴퓨터 부품업계의 큰손이다. 막대한 규모로 사들여 소화하는 부품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가격협상력 또한 강하다. x86서버를 생산하지 않게 되면, 부품 구매력이 급격하게 축소된다. 퓨어시스템의 하드웨어 생산단가가 올라가는 결과를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