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최근 파워 프로세서 기반 리눅스 시스템으로 KVM 하이퍼바이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닉스 시장의 축소 속에서 파워 프로세서에 대한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다. 사업성 측면을 떠나 그 파급력은 의외로 강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일 레드햇 서밋에서 IBM은 파워리눅스 시스템에 레드햇 가상화 기술인 커널기반가상머신(KVM) 하이퍼바이저를 포팅했다고 발표했다.
파워리눅스는 IBM 파워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IBM은 파워리눅스가 x86서버 제품보다 더 빠르고, 안정적인 리눅스 환경을 제공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프로세서의 성능이 x86보다 빠른 만큼 약 절반의 메모리로 동일 성능을 낼 수 있어 비용적 경쟁력도 보유했다고 강조한다.
KVM은 레드햇이나 수세 리눅스 환경에서 운영되는 가상화 기술이다. IBM은 파워 프로세서를 위한 가상화 기술로 파워VM이란 기술을 제공해왔다.
IBM의 계획이 실현되면 파워리눅스는 x86프로세서 이외 플랫폼에서 KVM을 작동하는 첫 번째 플랫폼이 된다. KVM이 인텔VT, AMD-V 같은 x86 칩 내 가상화 확장기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파워나 아이태니엄의 KVM지원이 이뤄지지 않았었다. IBM은 파워시스템에서 KVM을 지원하는 자세한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IBM은 파워리눅스 KVM 지원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 KVM연구소를 운영중이다. 이 연구소는 작년 11월 문을 열었다. 올해 초 뉴욕에도 KVM연구소가 설립됐다.
IBM은 KVM을 지원하는 파워리눅스 제품군을 내년부터 판매한다. IBM은 또한 텍사스 오스틴과 뉴욕시에 파워시스템리눅스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한달전 베이징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개발자의 파워7+ 프로세서를 위한 리눅스코드 이용을 지원한다.
■줄어드는 유닉스 시장, 파워의 파이를 키워라
IBM이 자사의 파워프로세서에 리눅스 진영의 기술을 이식한 건 과거 메인프레임에 리눅스 기술을 대거 적용했던 것을 연상하게 한다. IBM은 오픈소스 클라우드 플랫폼인 오픈스택에 대해서도 파워시스템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IBM은 작년 9월 파워7+ 프로세서 발표 후 파워칩의 시장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AIX같은 자체 유닉스OS뿐 아니라 리눅스와 오픈스택도 사용할 수 있는 파워시스템의 강점을 피력중이다. 오픈소스 하둡까지도 파워리눅스 환경에서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유닉스 시장의 축소와 연관된 행보다. 당장 올해 1분기만해도 세계 유닉스 시스템 시장 출하대수는 전년동기대비 38.8% 감소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35.8% 줄어든 14억2천만달러였다.
유닉스 시장의 60%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IBM 입장에서 파워 프로세서를 공급할 수 있는 공간이 대폭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리눅스와 오픈소스 기반 클라우드 환경을 지원하지 않으면 파워칩의 시장규모를 유지하기 어렵고, 수십억달러의 막대한 개발비용을 회수하기 힘든 상황이다.
IBM의 파워 프로세서 자체에 대한 R&D 투자규모는 확실치 않다. 다만, 새 파워 프로세서 개발에 약 30억달러를 소요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IBM은 새 프로세서를 3년 안팎 주기로 내놓고 있다. 최소 3년 안에 개발비용을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워7+는 작년 가을께 출시됐지만, IBM은 전체 파워시스템의 프로세서를 파워7+로 교체하지 않았다. 파워7 소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메인프레임-파워-x86' KVM 기반의 하이브리드
기술적으로 볼 때 파워리눅스의 KVM 지원은 파워와 x86의 통합운영을 위한 초석이다. IBM은 파워시스템과 x86시스템을 한 박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퓨어플렉스를 보유했다. 퓨어플렉스 안에서 파워리눅스와 x86 기반 서버는 KVM을 통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게 된다.
KVM에 대한 적극적인 끌어안기는 퓨어플렉스 뿐 아니라 메인프레임 중심의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강조하는 IBM 시스템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
IBM은 현재 메인프레임의 KVM 지원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IBM의 시스템z, 파워시스템, 시스템x 플랫폼이 KVM이란 공통의 하이퍼바이저로 묶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IBM이 KVM을 모든 프로세서에서 지원하는데 성공하면, VM웨어나 시트릭스 같은 하이퍼바이저 보유기업에게 위협일 수 있다. VM웨어 V스피어(ESXi)나 시트릭스젠 등의 하이퍼바이저는 여전히 x86만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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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IBM 전 시스템의 통합운영이 가능해지는 가운데, 각종 IBM 소프트웨어 번들 및 할인 제공 등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메인프레임용 z프로세서와 파워 프로세서는 하나의 칩에서 많은 코어를 제공한다. 코어수에 기반한 SW라이선스 및 유지보수 계약에서 IBM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하드웨어 비용 외에 SW 비용이 대거 줄어드는 만큼 라이선스에 따른 IBM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파워리눅스와 수반되는 가상화에 대한 유지보수 정책이 어떤 모습으로 결정되느냐가 미래의 관전포인트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