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업체는 이제 4개 정도만이 남았습니다. D램 시장에서도 3개 업체 정도만 경쟁하고 있습니다.”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과 권오철 SK하이닉스사장이 지난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입을 맞춘 듯이 꺼낸 말이다. D램 시장의 구도 변화를 설명한 말이다. 타이완 D램이 사라지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엘피다 연합 정도만이 경쟁상대로 보여 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난야, 이노테라 등 타이완 업체의 실적이 꾸준히 악화되고 있다. 3분기에도 우리나라 1, 2위 업체 실적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하락세가 유지됐다.
타이완 최대 메모리업체 난야는 여전히 D램 시장 점유율 4~5%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상대는 아니다. 모바일 D램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고 미세공정 격차도 크다.
■난야 영업적자, 매출액 넘어섰다
난야는 3분기 매출 65억대만달러(한화 2천400억원), 영업적자 89억대만달러(한화 3천300억원)를 기록했다.
전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5% 하락, 영업적자는 68% 늘었다. 3분기 영업손실률은 136%에 이른다. 난야 3분기 실적을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영업적자는 9% 줄며 개선됐지만 매출은 11% 줄었다. 이노테라 역시 적자행진이 지속됐다. 3분기 실적은 난야와 마찬가지로 하락세다. 매출은 86억대만달러(한화 3천200억원), 영업적자 40억대만달러(한화 1천400억원)로 매출은 전분기 대비 9%,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전분기 대비 45% 확대, 전년 동기 대비 41% 축소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꾸준한 D램 가격 하락이 매출액 이상의 영업적자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난야, 이노테라의 적자는 11분기 연속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선의 기미도 없다.
이에 대비되는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은 반도체에서만 영업이익 1조1천억원이다. D램,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를 모두 합한 기록이기는 하지만 증권업계는 3분기 D램에서만 4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흑자, SK하이닉스 실적도 선방
SK하이닉스는 3분기 적자전환하기는 했지만 150억원에 그쳐 선방한 것으로 평가됐다.
관련업계는 타이완, 우리나라업체의 실적 격차에 대해 미세공정과 함께 제품 구성을 지적한다. 최근 가파르게 빠지고 있는 PC용 D램에 비해 모바일D램은 가격선이 20%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스페셜티D램 비중이 높다. 가격 하락폭이 가파른 PC용 D램 비중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는 모바일, 서버, 그래픽 등 스페셜티D램 비중이 80%, SK하이닉스는 70% 이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바일D램의 경우 지난 3분기 SK하이닉스는 D램에서의 비중이 30%대로 올라섰다. 지난 2010년 말 20%대 진입 이후 꾸준히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 2분기까지 모바일D램 비중은 26%다. 업계는 삼성전자 모바일D램 비중이 이보다는 소폭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의 모바일 시장에서의 입지는 탄탄하다. 2분기 기준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위, SK하이닉스는 2위다.
반면 타이완 업체는 난야의 경우 D램 전체 시장에서는 5위권이지만 모바일D램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다. 모바일D램 시장의 99.1% 점유율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엘피다, 마이크론이 가져간다.
타이완 업체는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며 앞으로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난야, 이노테라 등은 PC용에서도 주력제품이 40나노급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상대적으로 공정이 어려운 스페셜티D램 비중이 높지만 30나노급을 주력제품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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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야, 이노테라 등은 30나노급 램프업에 힘을 쏟고 있다. 난야, 이노테라 등은 뒤늦게 모바일D램 제품 양산에도 노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뒤늦은 이들업체의 노력에 대해 “타이완 업체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PC용에 대한 원가 이하의 제품 판매는 이어질 것이고 재무구조도 크게 좋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