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시장을 집어삼킨 애플·구글이 TV 시장도 뒤흔들 수 있을까.
최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내년 전세계 TV시장서 애플과 구글의 행보가 본격화된다. 27일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최근 방송 관련 컨퍼런스에서 내년 초 영국을 비롯한 유럽 시장에 구글TV를 출시할 것이라 공언한 것에 이어 애플도 연말경 완제품 TV를 선보일 전망이다.
업계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시장 경쟁이 내년부터 거실로 옮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과 구글도 차세대 먹을거리로 TV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에 익숙해지면서 스마트TV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앱을 실행해본 경험이 스마트 TV의 대형 화면으로 자연스레 옮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TV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도 스마트TV에 유리한 부분으로 주목된다. 국내서도 IPTV를 비롯, 디지털 방송이 보급되면서 리모컨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하는 디지털 감성에 익숙해진 시청자층이 늘고 있다.
■애플과 구글, TV서도 선전할까
문제는 TV시장 변화속에서 기존 하드웨어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애플과 구글이 TV시장에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소프트웨어다. 애플은 iOS를,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이미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통의 휴대폰 강자였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도 이 소프트웨어 전략에 뒤처지며 힘을 잃었다.
게다가 애플과 구글은 이미 셋톱박스 출시, TV시장에 대한 수업료를 치뤘다는 점도 부각된다. 두 회사 모두 TV사업이 '취미 수준'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확실히 파악해 향후 로드맵을 설정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었다는 게 업계 평이다.
김석기 중앙일보 모바일 전문 위원은 셋톱박스는 (애플과 구글에) 완제품 TV로 넘어가는 브릿지 역할로 볼 수 있다며 제조사 입장에선 셋톱박스가 저비용으로 디지털TV 시장에 대비하는 테스트 보드인 셈'이라 설명했다.
때문에 애플과 구글로선,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해도 그간 TV사업이 전적으로 손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애플은 지난 2007년 처음 셋톱박스 TV를 선보였다. 당시 스티브 잡스 CEO는 콘텐츠를 컴퓨터에서 셋탑박스로, 셋탑박스에서 텔레비전으로 연결하기 위해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방식을 설명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즉 모바일 디바이스를 거실과 연결시키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가 TV라는 점을 직접 강조한 것이다.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 셋톱박스 형태 TV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릭 슈미트 회장이 구글 TV를 유럽에 공급한다는 것도 모토로라 인수 직후 나온 발언이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팀 쿡 신임 애플 CEO에 주어진 사명 역시 TV라는 분석이 나온다. 잡스가 모바일 제품군을 완성했다면 팀 쿡은 거실에 주력한 애플 제품군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켰다면 쿡에게 주어진 과제는 거실의 디지털화라고 보도했다.
씨넷 역시 지금의 애플 TV는 무선 비디오와 오디오를 에어플레이를 통해 전송하는 브릿지 역할이라면서 애플의 다음 행보는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의 iOS생태계를 TV로 확장하는 것이라 전했다.
■문제는 여전히 콘텐츠 확보
아이폰의 성공은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확보와 이를 개발하도록 독려하는 생태계 조성 덕이었다. 애플은 TV에서도 이같은 전략을 시도,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컴퓨터, TV'를 하나의 생태계를 엮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도 애플과 유사한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 위해선 TV 생태계 조성을 위한 콘텐츠 확보가 가장 큰 과제다.
슈미트 회장이 최근 유럽 방송 관련 컨퍼런스에서 미국서 ABC, NBC, CBS 등 주요 콘텐츠 제공업체와 협력관계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산업계 일부에서 구글TV가 방송이나 콘텐츠 업체와 경쟁할 것이라 우려하지만 사실은 그와 반대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애플도 아이튠스를 통해 텔레비전 쇼를 99센트에 공급하지만 여기에 참여하는 방송사는 뉴스코프가 운영하는 폭스TV와 디즈니의 ABC가 유일하다.
씨넷은 미국내 다수 방송사들이 애플의 99센트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폭스와 ABC마저도 제한된 콘텐츠만 99센트에 제공하고 있다.
이 외신은 방송사들은 단지 '웹'이라는 이유로 콘텐츠 가격을 내리기 바라지 않는다며 유료 시청제를 도입함으로써 자신들의 콘텐츠를 지키길 원하는 것이라 언급했다.
국내서도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 전략으로 '스마트'를 앞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용률은 높지 않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도 스마트 TV 진영에 합류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고가로 스마트TV를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실행할 수 있는 콘텐츠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로아컨설팅 관계자는 스마트TV가 활성화 되기 위해선 사용자 경험 개선과 콘텐츠 보급이 우선돼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스마트 TV는 마케팅 용어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N스크린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아울러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서버 용량 증설 등 다양한 인프라가 먼저 구비돼야 하는데 이런 준비가 없다면 스마트TV가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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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스마트TV 시장서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경쟁은 이전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서 벌어졌던 콘텐츠 확보전이 거실 시장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석기 전문위원은 애플이든 삼성전자든, 스마트 TV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콘텐츠와 생태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기존 방송과 콘텐츠 제공업체들을 잘 포섭하고,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