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가 1.8㎓ 주파수 쟁탈을 위한 경매 전쟁을 오늘(22일)도 이어간다. 경매가가 6천억원을 돌파, 1조원을 향해가지만 서로 양보할 기미가 없다.
하성호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과 이경수 KT 유무선네트워크 전략본부장은 22일 아침 일찍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보통신기술협회에 나와 주파수 경매 연장전을 시작했다.
주말 동안 이석채 KT 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총괄사장 등과 전략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져 어떤 결과가 나올지 더 주목되는 상황이다.
■경매가 1조원 돌파?
여전히 입찰실에는 각사 임원급 입찰 대리인 1명과 실무자 2명만 입장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한 휴대폰으로 라운드별 제한시간 30분 안에 본사 최고경영자와 논의해 입찰가를 적어낸다. 화장실도 회사 별로 따로 쓰는 등 보안이 엄중하다.
이미 두 회사는 상당히 지쳤고, 불안감이 커졌다. 지난 17일 4천455억원부터 시작한 경매가가 31라운드를 거치면서 6천5억원까지 치솟았다. 라운드 당 상대 가격 대비 약 50억원씩 더 써낸 결과다. 이 같은 치열함이 이어진다면 경매가 1조원 돌파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그 정도는 이미 각오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 경쟁력 확보를 위해 1.8㎓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독일서 경매 최저가 7천억원이었던 주파수가 84배 높은 53조원에 낙찰되는 등 주파수 전쟁은 해외서도 치열하다.
방통위에 따르면 1.8㎓ 주파수는 10년간 쓰면서 낙찰액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낙찰액 1조원과 업계 예상 망 구축비용 3조원을 더하면 4조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1.8㎓ 주파수 확보에 따른 연 예상 매출 3조원을 감안하면 해 볼만 한 전쟁이다.
오남석 방통위 전파기획관은 “하루 수백억원 이상 입찰가가 오를 전망”이라며 “경매를 빠르게 마무리 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네가 포기해” 설전 후끈
이런 가운데 SK텔레콤과 KT 간 장외 신경전도 후끈 달아올랐다. 상대에게 경매 포기를 종용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 측은 “KT는 40㎒ 폭의 LTE 주파수를 보유해 1.8㎓이 필요 없지만 경매가만 올리고 있다”며 “올해 10㎒와 내년 20㎒ 폭만을 활용할 수 있는 우기가 1.8㎓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관 경매 도중 상대에 대한 공격은 다른 산업군서도 이례적이어서 KT는 불쾌한 기색이다. SK텔레콤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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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위 관계자는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를 발굴하는 가운데 LTE 주파수가 부족하다는 SK텔레콤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필요도 없으면서 우리가 낮은 가격에 1.8㎓를 확보하는 것을 훼방 놓는 전략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난했다.
방통위는 이날 오후 6시경 경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3일 연장전 역시 가능성 범위 내에 두고 준비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