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길 한국HP 사장이 2일 분기 실적 발표회를 가졌다. 2011년 회계년도 1분기 국내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그는 성숙된 시장인 서구유럽의 경기회복이 더딘데 비해 한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의 성장회복 속도가 빠르다며 글로벌 전체로 볼때 순이익은 27% 가량 증가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스티븐 길 사장은 2009년 7월 한국HP 지휘봉을 잡은 이후 정기적으로 분기 실적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번 분기 설명회가 그가 공식석상에 서는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티븐 길 사장에 이어 한국인이 한국HP 사령탑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하마평도 그럴듯하게 유통된다. 주력 분야를 맡고 있는 현 부사장 가운데 한명이 내부 발탁된다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HP 관계자는 차기 대표와 관련해선 확정된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차기 한국HP 대표를 둘러싼 이슈는 국내 IT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끄는 모습이다. 신임 사장 선임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HP 본사는 14일(현지시간) 연례주주총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레오 아포테커 최고경영자(CEO)는 일련의 HP 개혁 청사진을 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점은 SW비즈니스 중심으로 HP를 개편하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그간 보도된 바에 따르면, 아포테커는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를 두개 사업부로 쪼개고, 데이비드 도나텔리 부사장과 톰 호건 엔터프라이즈 세일즈 & 마케팅 총괄 부사장에게 각 사업부 총괄을 맡길 전망이다. 연구개발(R&D)투자를 늘리고, SW와 하드웨어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치도 예상된다.
고위 임원의 대규모 물갈이 조짐도 보인다.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부 교통정리를 하면서 과거 마크 허드 색깔 빼기를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아포테커 CEO 부임 후 진행된 임원 개편이 이를 얼핏 보여준다.
HP는 지난달 이사회 임원 중 마크 허드 전 CEO의 인물을 외부 인사로 대거 교체한 바 있으며, 지난해 12월 마르셀라 페레즈 드 알론소 인사담당 전무가 퇴임하는 등 이미 다수 고위직 물갈이를 진행했다.
마이클 멘델홀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회사를 떠났으며 랜디 모트 최고정보책임자(CIO)도 퇴임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된다.
HP 아태지역 본부도 조직 개편이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타이밍상 한국HP 조직이 개편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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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길 사장은 지난 2009년 7월 최준근 전 사장 후임으로 한국HP 지사장에 선임됐다. 한국에 오기 앞서 HP UK&I(영국 및 아일랜드 지역)에서 7년간 대표이사직을 지냈다.
당시 길 지사장은 본사로부터 경영 효율화란 숙제를 안고 한국HP 지사장직을 맡았다. 한국HP 체질변화를 예고한 인사였다. 길 지사장은 조직 내부에 목표의식을 심고, 조직원의 동기 부여에 신경을 쓰는 등 내부 체질 개선에 주력해왔다. 이에 힘입어 경기불황을 딛고 한국HP는 계속된 실적 상승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