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가 바꾼 소비 지도…패션 웃고 식품 울었다

美 GLP-1 사용자 3800만명…식품·외식 지출 줄고 운동·건강 소비 늘어

유통/생활/문화입력 :2026/10/28 09:07    수정: 2026/10/28 09:11

위고비와 오젬픽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음식 섭취량이 줄면서 식품·외식업계는 수요 감소에 직면한 반면 헬스장과 건강기능식품, 뷰티업계 등은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에서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약 3800만명에 달한다. 영국에서도 성인의 약 5%가 관련 약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GLP-1 이용자가 늘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지난 9월 말까지 3개월 동안 헬스케어 업종을 제외한 상장기업 200곳 이상이 실적 발표에서 GLP-1 또는 비만 치료제를 언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위고비•오젬픽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감량 효과를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식품업계다. 코넬대와 시장조사업체 뉴머레이터 연구에 따르면 GLP-1 사용자는 복용 시작 후 6개월 동안 머핀과 도넛 등 제과류 지출을 9%, 감자칩 등 스낵 지출을 11%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식품업체들은 양보다 품질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적은 양을 먹더라도 더 비싸고 영양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해 소포장과 고단백 제품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요구르트와 코티지치즈 등은 판매가 늘고 있다.

외식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GLP-1 사용자가 있는 가구의 패스트푸드·간편식당 지출은 복용 이후 8% 감소했다. 미국 PwC 조사에서는 피자 지출이 22% 줄었다.

도미노피자 등 일부 외식업체는 비만 치료제 확산이 장기적으로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KFC 등은 고단백 메뉴와 작은 사이즈 제품을 확대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반대로 헬스·건강 관련 업종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GLP-1은 체지방뿐 아니라 근육량과 골밀도도 감소시킬 수 있어 이용자들이 근력운동과 단백질 섭취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PwC 조사에서는 GLP-1 사용자의 27%가 운동 관련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반면 줄이겠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건강기능식품과 뷰티시장도 수혜를 받고 있다. GLP-1 사용자들은 근손실과 소화 문제, 피부 처짐 등에 대응하기 위해 단백질과 식이섬유, 콜라겐 등을 찾고 있다. 미국 GLP-1 사용자의 콜라겐 보충제 지출은 20%, 모발·손톱 관련 보충제 지출은 16% 증가했다.

의외의 수혜 업종으로 항공업계도 거론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미국 주요 항공사 승객들의 평균 체중이 10% 줄어들 경우 연간 약 5억 8000만 달러(약 7696억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내 스낵과 음료, 주류 판매 감소가 일부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

패션업계 역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PwC에 따르면 GLP-1 사용자의 약 4분의 3이 눈에 띄는 의류 사이즈 변화를 경험했으며, 미국 사용자의 26%는 의류 지출을 늘렸다고 답했다. 반면 빅사이즈 의류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은 재고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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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은 GLP-1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주사제가 중심인 비만 치료제가 알약 형태로 확대되고 제조비용이 낮아지는 데다, 오는 2030년대 초 미국과 유럽에서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만료되면 저가 복제약 등장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GLP-1 확산이 단순한 의약품 시장 성장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먹고 마시고 운동하고 옷을 사는 방식까지 바꾸는 장기적인 소비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