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클리닝한 옷, 바로 입나요…간 건강 위협 '뜻밖의 공범'

미국 연구진 "화학물질 PCE 사용…간 섬유증 위험 3배 높아"

과학입력 :2026/09/09 14:29    수정: 2026/09/09 14:29

드라이클리닝에 흔히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켁 의과대학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리버 인터내셔널(Liver International)’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최근 보도했다.

연구 결과, 혈액에서 PCE가 검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각한 간 섬유증이 발생할 위험이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이클리닝에 사용되는 PCE가 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간 섬유증은 간 조직이 손상되면서 흉터 조직이 축적되는 질환이다. 섬유화가 심해지면 정상적인 간 기능을 방해하고, 간부전이나 간암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고소득일수록 PCE 노출 가능성 높아

연구진은 PCE 노출과 간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데이터를 분석했다. 2017~2020년 수집된 20세 이상 성인의 혈액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PCE 노출 여부와 심각한 간 섬유증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혈액에서 PCE가 검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각한 간 섬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PCE 노출과 관련해 예상하지 못했던 사회경제적 패턴도 발견했다. 고소득 가구에 속한 사람일수록 PCE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이는 PCE 노출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이클리닝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작업 환경에서 PCE에 장시간 직접 노출될 수 있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혈중 PCE 농도와 간 섬유증 사이의 연관성은 PCE 수치가 높아질수록 더욱 뚜렷해졌다. 연구진은 혈중 PCE 농도가 1ng/mL 증가할 때마다 간 섬유증 위험이 약 5배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연관성은 연령과 성별, 인종, 교육 수준, 음주 습관, 대사질환 등 다른 요인을 고려한 뒤에도 유지됐다.

PCE, 드라이클리닝 외 일부 소비재에도 사용

PCE는 무색의 액체로 기름때를 녹이는 데 효과적이어서 드라이클리닝에 널리 사용된다. 이 밖에도 미술·공예용 접착제, 얼룩 제거제, 스테인리스 스틸 광택제 등 일부 소비재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 주저자인 브라이언 P. 리 USC 켁 의과대학 간 전문의이자 간 이식 전문가는 "이번 연구는 인체 내 PCE 수치와 심각한 간 섬유증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최초의 연구"라며 "환경적 요인이 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그동안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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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건강 상태와 인구통계학적 특성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일부는 간 질환이 발생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은 이유를 PCE 노출이 설명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PCE 노출을 줄이기 위해 드라이클리닝한 옷을 집에 가져온 뒤 비닐 포장을 바로 제거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최소 하루 정도 걸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