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점검②] 글로벌은 연결하는데 韓은 막혀…프라이빗체인 채택 논란

금융위, 향후 퍼블릭체인 전환 시사…업계 "이중 비용" 지적

IT 일반입력 :2026/09/09 11:17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토큰증권 도입을 앞두고 금융위원회가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기술 기준을 내놨다. 토큰증권이 금융업계의 대표적 디지털 혁신으로 꼽히는 만큼 정책 발표에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금융위가 내놓은 토큰증권 정책에 대해 업계는 기대와 함께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토큰증권 정책이 시장 수요와 글로벌 흐름, 기술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토큰증권은 증권의 발행과 유통 과정에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증권이다. 기존 증권 시스템과 달리 여러 참여자가 하나의 분산원장을 공유해 거래 기록을 공동으로 확인·관리할 수 있어 증권 발행·거래·결제 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체인을 활용하면 여러 국가와 사업자가 같은 네트워크로 자산과 서비스를 운용할 수 있어 유동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지난 4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을 두고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러한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산원장 참여자를 제한하고 토큰증권을 하나의 원장에만 발행·유통하도록 하는 등 사실상 폐쇄적인 구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큰증권 (이미지=챗GPT)

토큰증권 인프라 ‘프라이빗체인’으로…상호운용성 제약

블록체인 업계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퍼블릭체인을 활용한 자산 토큰화와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추세인 반면, 국내 토큰증권은 특정 체인에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분산원장에는 전자증권법상 권한이 있는 전자등록기관과 계좌관리기관만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인 증권사 등은 분산원장에 정보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갖는다.

이는 허가받은 기관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프라이빗체인 구조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인터넷처럼 개방된 네트워크라면 프라이빗체인은 허가받은 기관이 이용하는 폐쇄형 네트워크인 셈이다.

블록체인 업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토큰증권 발행·이전 권한을 통제하는 것과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 참여자를 제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하더라도 고객확인(KYC)을 거친 투자자만 토큰증권을 거래하도록 하고, 인가받은 금융사에만 발행·이전·동결 등 권한을 부여하는 기술적 설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처음부터 프라이빗체인을 전제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향후 퍼블릭체인과 연결하거나 전환할 때 추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병윤 DSRV 공동대표는 “프라이빗 분산원장을 토큰증권 시스템의 기본 구조로 사실상 규정했다”며 “토큰증권 발행·이전 권한을 제한하는 것과 네트워크 전체 참여자를 제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 종목=한 원장’…”굳이 블록체인 쓸 이유 없어”

또 다른 논란은 ‘하나의 증권은 하나의 분산원장에서만 발행·유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큰증권은 한 종목당 하나의 분산원장에서 발행·유통해야 한다. 발행 이후 해당 토큰증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다른 분산원장으로 이전하는 것도 금지된다. 기존 시스템과 비교하면 한 상품 당 하나의 서버만 써야 한다는 것과 같다.

블록체인 업계는 이러한 구조가 분산원장 활용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상 하나의 블록체인에는 여러 종류 자산과 거래 정보를 함께 기록할 수 있는데, 이를 종목별로 분리하면 별도 인프라를 일일이 구축·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블록체인 기술업체 고위 관계자는 “원래 하나의 분산원장에는 다양한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데 종목이 10개라면 분산원장도 10개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가이드라인에서 말하는 ‘종목’의 범위에 대한 추가적인 법령 해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개별 토큰증권 상품 하나를 의미하는지, 상품군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석에 따라 실제 구축해야 하는 분산원장 수와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관련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원장으로 이동 금지…유동성 ‘섬’ 될라

더 큰 문제는 한 번 발행된 토큰증권을 다른 분산원장으로 이전할 수 없도록 했다는 점이다.

업계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토큰증권 총량을 정확하게 관리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실물연계자산(RWA), 퍼블릭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 등 연결 시장이 형성될 경우 국내 토큰증권 상호운용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블록체인에서 발행된 토큰증권이 다른 블록체인으로 이동할 수 없다면 해당 자산과 투자자가 특정 원장 안에 갇히게 된다. 여러 금융사가 각각 다른 원장을 구축할 경우 시장과 유동성이 원장별로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한 블록체인 기술기업 대표는 “토큰증권이 발행된 원장 밖으로 이동할 수 없다면 거래 유동성도 제한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유동성이 파편화될 수 있는데, 이런 구조라면 굳이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 전자증권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도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품을 특정 사업자에게 묶어두기보다 권리자 기록과 결제의 정합성을 기반으로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금은 프라이빗, 향후 퍼블릭?…업계 “이중 비용 우려”

금융위가 토큰증권 인프라로 당장은 프라이빗체인을 규정하면서도, 향후 과제로 ‘상호운용 기술’을 제시하면서 시스템 구축에 따른 이중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4일 보도자료에서 “원활한 온체인 결제를 위해 서로 다른 분산원장을 시스템적으로 연계하는 상호운용 기술 활용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향후 퍼블릭체인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가이드라인에는 하나의 토큰증권이 다른 원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제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서로 다른 원장을 연결하겠다는 방향을 동시에 제시한 셈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또 다른 문제는 비용이다. 현재 제시된 표준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한 뒤 향후 퍼블릭체인이나 다른 분산원장과의 상호운용을 허용하면 기존 시스템을 다시 손봐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몇몇 증권사는 이미 2023년 금융위가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기반으로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이번 표준요건에 맞춰 시스템을 수정하고 향후 상호운용 기준이 추가되면 또 다시 개발 작업을 해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디지털자산 부서 관계자는 “이미 2023년 금융위가 내놓은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현재 나온 내용을 고려하면 다시 손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세한 시행령은 9월 말에 나오는데 시행일인 내년 2월 전까지 분산원장을 만들고 상품도 발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에 구축했던 체인을 향후 퍼블릭체인과 연결하거나 전환하려면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기술 구현 방식이 나오지 않아 9월 말 시행령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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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융위는 토큰증권 발행 허용 범위와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등록 요건 등 하위법규에 담길 세부 내용을 이달 말 공개하고 의견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퍼블릭체인과의 연계 가능성과 상호운용성을 고려한 기술 기준이 추가로 제시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