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점검①] '디지털 혁신' 문 열렸지만…"팔 게 없다"

'기관 상품 제한' 정책에 비판 쏟아져…투자계약증권 요구 외면

IT 일반입력 :2026/09/08 10:50    수정: 2026/09/08 14:56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토큰증권 도입을 앞두고 금융위원회가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기술 기준을 내놨다. 토큰증권이 금융업계의 대표적 디지털 혁신으로 꼽히는 만큼 정책 발표에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금융위가 내놓은 토큰증권 정책에 대해 업계는 기대와 함께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토큰증권 정책이 시장 수요와 글로벌 흐름, 기술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인 분산원장을 활용해 증권 발행·관리·유통 방식을 혁신하는 새로운 형태의 증권이다. 분산원장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거래 정보를 검증하고 동일한 원장을 공동으로 분산 관리하는 기술이다. 

증권의 발행·보유·이전 내역을 분산원장에 기록하기 때문에 거래 투명성과 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점이 토큰증권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다양한 자산에 대한 권리를 세분화해 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토큰증권이 도입될 경우 새로운 투자상품과 시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토큰증권은 금융업계의 대표적인 디지털 혁신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토큰증권 정책에 대해선 비판이 쏟아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정책 실효성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금융당국이 토큰증권 대상 상품을 시장 수요가 적은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상품’ 위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 방향에 따르면 제도 시행 1단계인 내년 2월 7일부터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사채 ▲비상장주식 신탁상품을 토큰화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MMF와 사모사채는 이름 그대로 일반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다. 비상장주식 신탁상품은 비상장주식을 신탁하고 이에 대한 수익권을 증권으로 발행하는 구조다.

토큰증권 (이미지=챗GPT)

업계서 기대한 투자계약증권, "언제 허용될지 몰라"

문제는 이번에 허용된 상품의 수요다. 토큰증권 사업을 준비해 온 증권업계는 제도가 열리더라도 해당 상품만으로 초기 시장을 키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디지털자산 부서 관계자는 “해당 상품에 대한 기관 수요가 크지 않고 리스크도 있다”며 “증권사가 (토큰화)하고 싶어하는 것은 다양한 상품을 증권화할 수 있는 비금전신탁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이라고 말했다.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은 부동산, 미술품 등 자산을 신탁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받을 권리를 증권화한 것이다. 투자계약증권은 한우 등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사업 손익에 대한 권리를 증권화한 것이다. 

두 상품 모두 다양한 실물자산·사업에 대한 권리를 세분화해 투자상품으로 만들 수 있어 토큰화할 경우 발행·관리 효율성과 거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어 증권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두 상품이 허용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금융위는 공유지분형 투자계약증권의 유통과 사업형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대해 투자자 보호 위험을 추가로 살펴보기 위해 연구용역을 검토하기로 한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추가적인 제도 검토가 필요한 만큼 실제 허용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투자계약증권이 언제 열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비상장주식 거래 길 열려있어…신탁수익증권 유인 부족

비상장주식 신탁상품을 우선 허용한 것을 두고도 아쉬움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투자자 수요가 많은 상장주식이 토큰화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디지털자산 부서 관계자는 “비상장증권 경우 이미 전용 서비스 등 다른 채널을 통해 살 수 있는데 굳이 신탁수익증권으로 살 필요가 없다”며 “사실상 토큰증권을 하지 말라는 것인지 시장 수요 측면에서 세 상품을 허용한 점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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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초기 토큰증권 시장 거래와 판매 규모가 기대만큼 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술적으로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은 열리지만, 투자자가 실제로 사고 싶어하는 상품이 충분하지 않으면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증권사 디지털자산 부서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사모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며 “해외는 토큰화 시장이 활성화된 반면 우리나라는 막상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투자자들이 실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