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후드도 엠블럼도 로봇이 '척척'…연 20만대 생산거점 기아 PBV 공장

화성 EVO 플랜트, 자동화로 180개 사양 혼류 생산…내년 PV7 양산

카테크입력 :2026/09/09 09:30    수정: 2026/09/09 09:58

자동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장 컨베이어 대신 무인운반차(AGV)가 바닥을 분주하게 오갔다. AGV는 생산 순서에 맞춰 차체와 각종 부품을 다음 공정으로 옮겼고, 길이와 무게중심이 서로 다른 차체는 앞뒤에 배치된 로봇 2대가 움직임을 맞춰 들어 올렸다.

지난 8일 경기 화성시 우정읍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공장인 EVO 플랜트에서 마주한 모습이다. 기아는 이날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를 열고 PBV 자동화 기술과 컨버전 개발·생산체계를 공개했다.

EVO 플랜트는 PV5를 생산하는 이스트(East)와 2027년 6월 준공 예정인 웨스트(West)로 구성된다. 두 공장의 생산능력은 총 연 20만대다. 이스트에서는 PV5 패신저·카고·샤시캡·교통약자용 차량(WAV)과 타스만 적재함 등을 생산한다.

무인운반차(AGV)에 실려서 이동하는 기아 PV5 차체 (사진=지디넷코리아)

차체공장 기준 PV5 사양은 180개가 넘는다. 패신저와 카고, 하이루프, 샤시캡처럼 길이와 높이, 도어 구조가 다른 차체가 별도 라인이 아닌 하나의 생산라인을 통과했다.

다품종 생산의 핵심은 차체 조립을 인너벅·레일벅·아우터벅·루프벅 등 네 단계로 나눈 '순차 조립 공법'이다. 앞선 두 공정에서 골격을 만들고 뒤의 두 공정에서 외관을 구성한다.

성시영 기아 생기계획팀 책임매니저는 "EVO 플랜트에는 다차종 유연 생산과 균일한 품질을 위한 최적의 자동화,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라는 세 가지 혁신을 담았다"며 "패신저와 카고뿐 아니라 샤시캡과 WAV 등 다양한 파생모델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체 용접 공정은 100% 자동화됐다. 일반 용접건이 들어갈 수 없는 폐구간에는 로봇 4대가 차체 한쪽 면을 레이저로 접합하는 레이저 심 스테퍼(LSS) 공법을 적용했다. 2열 도어가 없는 일부 차체에는 기존 용접건이 닿지 않아 길이 2m의 대형 용접건도 도입했다.

"차체 용접 공정 100% 자동화...로봇 4대가 'LSS 공법' 레이저 접합"

소득영 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전무) (사진=지디넷코리아)

차체 이송 자동화율은 83%다. 최대 600㎏을 들 수 있는 로봇 2대가 움직임을 맞춰 크기가 다른 차체를 운반했다. 5개 라인에 적용된 자동창고는 QR코드로 부품 정보를 읽어 필요한 부품을 각 라인에 공급했다.

다만 자동화가 모든 공정을 작업자 없이 운영한다는 뜻은 아니다. 차체 공장 마지막 메탈 피니시 라인에서는 작업자가 용접 부위와 차체 표면을 직접 살피고 수정했다. 최종 품질 확인과 일부 부품 취급에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손기술이 필요했다.

조립공장에서는 도장을 마친 회색 차체 위로 검은색 후드가 내려왔다. PV5는 별도 도장이 필요 없는 고광택 복합소재 후드를 적용했다. 현대차·기아 최초로 차체공장이 아닌 조립공장에서 후드를 자동 장착하며, 로봇 3대와 비전 시스템이 후드 이송부터 정렬, 장착과 볼트 체결까지 맡았다.

엠블럼 자동 부착도 현대차·기아 최초다. 시스템이 차량 사양에 맞는 엠블럼을 고르면 로봇이 이형지를 제거하고 위치를 보정해 후드와 테일게이트에 붙였다.

기아 PBV 차체 공장 내부에 위치한 자동창고 (사진=지디넷코리아)

65㎏에 이르는 크래시패드는 로봇이 차량 내부에 넣고 볼트까지 체결했다. 헤드라이닝은 프런트와 리어를 자동 장착했지만 커넥터와 공조 덕트 연결이 필요한 중앙 부분은 작업자가 담당했다.

고다연 기아 차량생기4팀 매니저는 "조립공장은 차체·도장공장과 달리 단단한 부품뿐 아니라 부드럽거나 유연한 부품까지 약 400종을 다룬다"며 "작업자가 직접 다뤄야 하는 공정이 남아 있지만 헤드라이닝과 루프패드 등으로 자동화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 공정에서도 자동화 기술이 활용됐다. 3D 비전 카메라와 로봇은 차량 좌우 각각 21개 지점의 간격과 단차를 반복 정밀도 ±0.2㎜ 수준으로 측정했다. 카메라 18대는 미러·가니시·펜더·도어핸들 등 24개 부품의 오사양과 누락 여부를 확인했다. 휠 얼라인먼트와 헤드램프 광도·광축 조정도 로봇이 수행했다.

기아는 PV5 생산 경험을 토대로 웨스트 지역의 자동화 범위를 넓힌다. 루프 안테나와 쿼터 글라스 자동 장착, 플로어 콘솔 자동 투입, 주행소음 자동 검사와 터널형 외관 비전 검사 등을 적용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운반로봇(AMR)을 활용한 부품 공급도 도입한다.

(왼쪽부터) PBV컨버전운영팀 김민수 팀장, PBV컨버전개발팀 이시영 책임매니저,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 소득영 전무, 생기계획팀 성시영 책임매니저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기아)

웨스트에서 생산될 첫 대형 PBV는 '더 기아 PV7'이다. 기아는 오는 14일 독일 하노버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PV7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2027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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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영 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전무) "오토랜드 화성은 차량을 만드는 공장을 넘어 고객과 파트너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요구를 모빌리티로 실현하는 PBV 생산 허브"라며 "스마트 제조기술과 컨버전 생태계를 지속 고도화해 고객에게는 더욱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파트너사와 함께 모빌리티의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아는 지난 4월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7년 PV7, 2029년 PV9을 순차 출시해 2030년 PBV 23만 2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PV5 판매 목표는 5만 4000대로, 1~8월 약 3만 9000대가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