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쇠사슬 묶인 고대 유골 무더기 발견…무슨 일?

美 연구진 동위원소 분석 진행 "대부분 내부인들"

과학입력 :2026/08/14 13:09    수정: 2026/08/14 13:56

그리스 아테네의 고고학자들이 2016년 발견한 고대 무덤에서 나온 유골을 동위원소 분석한 결과 희생자 대부분이 외부인이 아닌 아테네 인근 아티카 지역 출신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IT매체 기즈모도가 최근 보도했다.

당시 무덤에서는  손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머리 위로 손이 올려진 남성들의 유골이 집단 발견됐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생물고고학자 줄리앤 스타머가 이끄는 연구진은 고대 그리스 시대인 기원전 700~460년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에스플라나다 무덤’ 등에서 발굴된 남성들의 유골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고고과학 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실렸다.

손에 쇠사슬이 채워진 많은 남성들의 유골이 발견된 모습 (출처=Bérard, Reine-Marie et al., Athens Journal of History , 2021 CC BY-NC 4.0)

이번 연구는 유골의 출신지를 밝혀내는 데 그치지 않고, 아테네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훗날 강력한 도시국가로 성장하기 직전인 시기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희생자는 국내 분쟁의 희생자?

줄리앤 스타머는 당시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통치 방식에 동의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아테네에서는 귀족 출신 참주가 도시국가를 통치해야 하는지, 시민들이 직접 통치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정치적 갈등이 이어졌다.

에스플라나다 무덤이 발견됐을 당시 연구진은 남성들이 세 줄로 나란히 묻혀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들이 누구인지, 왜 이처럼 매장됐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었다. 국내 정치적 갈등으로 희생된 사람들인지, 아니면 아테네를 침략했다가 패배한 외부 세력의 전사들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들의 출신지를 파악하기 위해 방사성 스트론튬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했다.

스트론튬은 암석의 종류와 형성 시기에 따라 지역별로 서로 다른 동위원소 비율을 보이는 원소다. 사람이 음식과 물을 통해 스트론튬을 섭취하면 일부가 치아와 뼈에 축적되기 때문에 유골에 남아 있는 스트론튬 동위원소를 분석하면 생전 거주 지역을 추정할 수 있다.

외지인은 단 두 명 뿐

연구진은 에스플라나다 매장지에서 발견된 남성 66명과 집단 매장지가 포함된 팔레론 매장지에서 발굴된 97명의 유골을 대상으로 방사성 스트론튬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두 매장지의 유골 대부분이 아티카 지역 주민과 일치하는 동위원소 특징을 보였다. 특히 에스플라나다 집단 매장지에 묻힌 남성 가운데 외부 지역 출신으로 추정된 사람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팔레론 매장지의 모습 (출처= Giannis Asvestas)

연구진은 대부분의 유골에서 아티카 지역 전반에서 나타나는 스트론튬 동위원소 특징이 확인됐다며, 이는 이들이 외부 침략자가 아니라 아테네 내부의 정치적 폭력으로 희생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예상 밖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아테네와 그리스 각 지역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었고 무역 역시 크게 확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류는 훗날 아테네가 강력한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활발한 무역에도 외부인은 드물어

팔레론 매장지는 아테네의 고대 항구였던 팔레론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일반적으로 항구 주변의 매장지에서는 무역과 여행의 활성화로 다양한 지역 출신 사람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서는 이러한 예상과 달리 외부 출신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극히 적었다.

연구진은 당시 아티카 지역이 활발한 무역을 통해 외부 세계와 연결돼 있었음에도 실제로 외부에서 이주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대 아테네 사회가 외부인에게 개방적이지 않았다는 점도 이러한 결과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아티카 지역이 고대 그리스의 교역망에 편입되는 과정에서도 외부인의 정착에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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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앞으로 팔레론 매장지에 묻힌 사람들의 정체를 더욱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이들이 생전에 무엇을 먹었는지 등을 포함한 추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고대 아테네가 민주주의의 중심지로 발전하기 전 수 세기 동안 어떤 사회적·정치적 변화를 겪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집단 매장된 남성 대부분이 아티카 지역 출신이라는 사실은 이들이 외부 세력과의 전쟁보다는 당시 아테네 내부의 정치적 갈등과 관련된 희생자였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