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상반기 14조 넘게 벌었지만…하반기엔 변수 산적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범위 불확실…담합 재판·공정위 조사도 부담

디지털경제입력 :2026/08/12 17:44

국내 정유 4사가 정제마진 강세에 힘입어 상반기 1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다만 유가 하락 가능성과 최고가격제 손실보전, 담합 수사 등이 하반기 부담으로 남았다.

12일 각사 실적발표 자료와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8조 8271억원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이 3조 487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GS칼텍스가 2조 5507억원, HD현대오일뱅크가 1조 8241억원, 에쓰오일이 965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와 배터리 사업의 이익 증가를,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및 재고 관련 효과를 주요 실적 개선 요인으로 제시했다. 에쓰오일 역시 강한 정제마진과 윤활기유 시황 호조 영향을 받았다.

1분기 실적까지 합산하면 정유 4사 상반기 영업이익은 14조 7906억원에 달한다. 1분기에는 SK이노베이션이 2조 1622억원, GS칼텍스가 1조 6367억원, 에쓰오일이 1조 2311억원, HD현대오일뱅크가 9335억원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해 합계 5조 9635억원을 벌어들였다.

정유4사 상반기 실적 (사진=챗GPT 활용)

호실적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유가와 역내 정제마진이 상승했고, 정유사들이 이전에 낮은 가격으로 들여온 원유가 시차를 두고 원가에 반영되는 이른바 '래깅 효과'와 재고평가이익도 실적을 끌어올렸다. GS칼텍스는 1분기 정유 부문에서만 1조 5285억원 영업이익을 냈으며, SK이노베이션 역시 1분기 실적 개선 주요 원인으로 래깅 효과와 재고 관련 이익을 꼽았다.

다만 이 같은 실적 구조는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정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원유가 원가에 반영되는 시점에 제품가격이 떨어지면 '역래깅 효과'가 발생하고, 보유 재고 가치가 떨어지면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실제 에쓰오일은 2분기 정유 부문 이익이 1분기보다 감소한 배경으로 전분기에 반영됐던 대규모 일회성 재고 관련 이익 소멸을 들었다.

정유업계가 상반기 호실적에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석유 최고가격제다.

정부는 3월 13일 중동 사태에 따른 석유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정유사의 주유소·대리점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했다. 이후 최고가격을 조정하며 제도를 운영해 왔으며, 지난달 25일부터 적용된 8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ℓ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자 기존 7차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관건은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을 정부가 얼마나 인정해 줄지다. 산업통상부가 마련한 손실보전 기준에 따르면 지원금은 최고가격 적용 기간 석유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데 투입된 원유 도입비와 운송·보험료, 감가상각비, 인건비, 연료비, 국내 유통비 등 '원가'를 토대로 결정된다. 여기에 적정 수준의 마진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회계·법률·석유시장 전문가와 정부위원 등 20명 이내로 구성되는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원가와 적정 마진, 지원액 등을 심의한다.

그러나 업계가 주장하는 손실과 정부가 인정하는 보상 범위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 6월 기준 최고가격제에 따른 누적 손실이 약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지만 정부가 편성한 관련 예비비는 4조 2000억원이다. 정부는 업계가 주장하는 손실 규모보다 실제 보전액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하고 첫 주말을 맞이한 10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뉴스1)

특히 최고가격제 종료 이후 발생하는 재고 손실은 현재 손실보전 기준에 명확하게 포함돼 있지 않다. 최고가격제 기간 높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로 제품을 생산한 뒤 국제유가와 국내 제품가격이 하락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고 손실까지 정부가 모두 보전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적정 마진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도 정산위원회 판단에 달렸다.

정유업계에 대한 담합 조사와 형사 재판도 부담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가격 결정과 전량구매계약 등을 수사해 정유 4사 법인과 관련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사이의 직접적인 가격담합 관련 규모를 14조 2000억원으로 산정했고, 다른 정유사의 가격 추종에 따른 경쟁제한 효과까지 포함하면 약 26조원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별도로 담합 범위와 관련 매출액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검찰의 판단은 법원의 확정 판결이 아니며 공정위의 행정조사 역시 아직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담합 사건은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최고가격제 손실 정산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며, 정산위원회에서 정유사들이 제출하는 자료와 함께 객관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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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로서는 상반기 14조원이 넘는 이익을 거뒀지만 하반기까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가 다시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가운데 최고가격제 손실 정산과 담합 사건의 향방까지 맞물리면서 하반기 실적의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등 외부 변수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하반기 불확실성이 크다"며 "공정위 조사와 담합 관련 재판 결과 역시 향후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하반기에는 긍정 요인보다 부담 요인을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