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실시간 소통하는 가상인간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2022 가상인간]④끝...진화 속도 빠르지만 갈 길도 멀어

디지털경제입력 :2022/07/05 09:44    수정: 2022/07/05 11:19

김한준, 김윤희 기자

인류 최후의 욕망은 인간을 뛰어넘는 피조물을 창조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여정에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가상인간 등이 있다. 메타버스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공간이 진화하면서 그 중 가상인간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아직 감정을 담지는 못하지만 가상공간에서는 여러 면에서 인간을 능가하기도 한다. 오히려 가상공간에서는 인간의 롤모델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상인간의 역사부터, 현재 활동 상황, 연봉을 비롯한 그들의 지위와 능력 등에 대해 4회에 걸쳐 진단해본다.[편집자주]

④인간 사고까지 닮아가는 가상인간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인간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화면을 통해 바라보는 가상인간의 모습은 현실의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선 가상인간이 더 넓은 분야에서 활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 업계는 이미 외적인 수준에서 가상인간이 기존에 우리가 알던 그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그래픽 품질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실시간 랜더링을 통해 상대의 행동이나 명령에 다양한 움직임과 표정까지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오늘날 가상인간 관련 기술이다. 가상인간이 그저 정해진 행동만 반복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말로 나와 같은 곳에 존재하고 반응하는 대상이 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이야기다.

에픽게임즈코리아 신광섭 본부장은 "기존에도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사실적인 가상인간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장면마다 표현을 위해 엄청난 노력과 수작업이 필요했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다"며며 "하지만 이제는 실시간 랜더링을 통해 사실적인 사람의 이미지를 이제는 효율적이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니티코리아의 김범주 에반젤리스트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가상인간 시장의 발전을 설명했다. 그는 "과거 가상인간은 시청자와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엔진의 힘으로 렌더링 과정이 필요없어지면서 제작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실시간 소통도 가능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의 자유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고 말했다.

(제공=픽사베이)

닮은 꼴 넘어 사람처럼 생각하는 가상인간

외형 뿐만 아니라 인간처럼 생각하는 가상인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가상인간 산업 관계자들은 AI 개발이 가상인간의 다음 챕터를 열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겉모습만 아니라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존재를 마주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니티코리아 김범주 에반젤리스트는 "가상인간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기술은 AI다. AI는 만들어진 가상인간이 사람과 대화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자연어 인식과 음성합성의 영역에 활용된다. 더 현실적인 표정을 만들어 사람과 구분되지 않는 몰입감을 만들어주는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인간은 플랫폼과 서비스를 넘어 단순하게 가수나 모델 등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수준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AI를 통해 훈련된 가상인간이 게임이나 메타버스에서 이용자 편의를 돕는 동반자 역할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고 덧붙였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과거보다 크게 발전한 AI...하지만 아직 갈길 남아

현재 가상인간에 활용될 수 있는 AI 개발 수준은 일반 대중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단계에 도달했다. 최근 구글 엔지니어가 자의식을 가졌다고 폭로해 화제가 됐던 대화형 AI 람다가 대표적인 예시다. 람다는 '네 삶을 주제로 동물 이야기를 써달라'는 요청에 스스로를 늙은 부엉이에 빗댄 이야기를 한 단락 써내기도 했다.

이를 본다면 현재 AI 기술은 초기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했으며 어느 정도는 스스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사고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수준에 달한 셈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 발전했지만 아직 가야 할 단계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글 람다가 적용된 대화

엔씨소프트 AI랩 관계자는 "요즘 AI는 이미지를 보고 그 안에 포함된 대상을 판별하거나 학습된 지식 내에서 대화를 하고 긴 문장을 요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처럼 논리에 기반하고 생각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입된 지식을 적절히 잘 꺼내어 쓰거나 패턴을 부분적으로 흉내내어 새로운 것처럼 보이는 수준이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해내는 것을 종종 하지 못 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수준이 높지만 상식적인 부분은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인간과 닮은 AI가 되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생각을 쌓아가거나 내재적 감정을 갖고 주체적인 의사결정도 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람다가 자신의 삶을 늙은 부엉이에 빗댄 이야기를 써내기는 했지만 정작 사람으로부터 동물 이야기를 써달라는 요청이 없이는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 했을 것이다. 정말 람다가 자의식을 지니고 있다면 직접적인 질문이 없이도 대화 중 적절한 순간에 동물 이야기를 하거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해 다른 답변을 해냈을 수도 있다. 물론 문장의 유려함이나 답변의 내용 수준은 AI의 비약적 발전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가상인간

실제 AI를 적용한 가상인간을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단순히 시청자 입장에서 가상인간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상인간과 함께 업무를 진행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솔트룩스는 기업 인재상이나 수요에 맞는 가상인간을 제작해 인력으로 활용케 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양한 음성과 페르소나를 선택해 가상인간에 정체성을 부여하고 영업, 마케터, 교육상담, 개인 비서 등의 직무 수행을 AI가 지원하는 서비스다.

솔트룩스 메타 휴먼

솔트룩스의 가상인간 사업 관련 자회사 플루닛 박재원 이사는 "2년 전부터 워크센터를 기획하고 상담센터 ARS, 챗봇 사업을 커스터마이징 및 유지보수를 했다. 상담자 및 상담사의 고충이 VoC로 접수됐는데 이런 문제를 대화명 AI가 해결해줄 것으로 보고 서비스를 준비했다. 과거에 비해 STT, TTS, 대화 알고리즘 등이 고도화되면서 이런 시스템 구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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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브레인에이아이는 실제 사람을 촬영한 후 이를 본딴 가상인간을 개발 중인 기업이다. 가상인간의 시각적 측면을 고도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전에 입력된 시나리오에 맞춰 가상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도 최근 출시했다.

딥브레인에이아이 김경수 팀장은 "불편한 골짜기 현상을 해소하고 사람에게 친근함을 주는 가상인간을 개발 중이다. 사람 사이에 융화되어 어울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인간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