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최강' 가상인간, 방송계 사로잡다

인류 최후의 욕망은 인간을 뛰어넘는 피조물을 창조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여정에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가상인간 등이 있다. 메타버스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공간이 진화하면서 그 중 가상인간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아직 감정을 담지는 못하지만 가상공간에서는 여러 면에서 인간을 능가하기도 한다. 오히려 가상공간에서는 인간의 롤모델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상인간의 역사부터, 현재 활동 상황, 연봉을 비롯한 그들의 지위와 능력 등에 대해 4회에 걸쳐 진단해본다.[편집자주]

②'가성비 최강' 가상인간, 방송계 사로잡다

가상인간이 CF 모델, 아나운서, 쇼호스트, 배우 등 방송업계 직무를 수행하는 사례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가상인간에 대한 대중 호기심 덕에 발생하는 마케팅 효과, 인건비 절감, 시공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점 등을 보고 효율적인 방송 제작 차원에서 가상인간이 채택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광고 모델 효과 톡톡…배우·가수 활약도 증가 전망

실제 광고 모델 대신 가상인간이 등장하는 사진을 사용하는 사례가 흔하게 눈에 띈다. 패션 소품을 걸치거나,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사진을 SNS 마케팅 등에 활용하는 식이다. 현재 활동 중인 가상인간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편인 '로지'도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는 인플루언서로서 등장했다.

특히 마케팅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업계가 가상인간을 적극 활용해왔다. 지난해 패션 유통 플랫폼 W컨셉이 로지를 앰버서더로 발탁한 데 이어, GS리테일은 올해 전속모델로 로지를 발탁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기존 광고모델 유아인을 모델로 한 가상인간 '무아인'을 지난 6월 10일 선보였다.

무신사, 가상인간 ‘무아인’ 공개… 스타일 경계 없는 멀티 페르소나 선보인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 기반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10월 자체 행사 '광클절' 홍보 모델로 내세웠다. 행사 홍보 영상이 22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효과도 톡톡히 봤다.

광고 모델 외 다른 활동도 준비한다. 롯데홈쇼핑은 루시가 방송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와 아티스트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루시는 다음달 쌍용자동차 신차 발표회 프리젠터를 맡을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TV 드라마 출연도 계획돼 있다.

루시 외 가상인간이 연예계 아티스트로서 대접받는 사례도 여럿 나왔다. 로지는 일찍이 지난 2월 음원을 발매했다. 음원 IP 수익화 전문 회사 뮤직바인이 기획 및 제작 총괄을 맡았다.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가상인간 '한유아'도 지난 2월 YG케이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맺고, 음원도 발매했다. LG전자가 선보인 가상인간 '래아킴'도 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회사 미스틱스토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이스트소프트도 지난달 n.CH엔터테인먼트와 가상인간 에이전시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간 아나운서, 강사, 가수 등을 대체하는 가상인간을 선보였는데 향후 배우, 모델을 대체할 수 있는 가상인간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사람보다 빠르고 싸게, 안전한 방송 섭외 대상"

가상인간 개발사들은 가상인간이 여전히 대중의 이목을 끄는 소재라는 점에서 마케팅 효과가 있고, 실제 사람 대비 여러 부담이 적어 수요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루시에 대한 인지도가 쌓이면서 민간 기업 외 공기업, 명품 브랜드 등 기업 제휴가 다방면으로 많이 들어왔다"며 "가상인간은 기술 투자에 따른 비용이 들긴 하나 톱스타 섭외 대비 비용이 합리적이고, 실제 사람을 쓰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이슈에 대한 리스크도 방지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