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유럽연합(EU)의 뒤를 이어 충전기 표준을 확립할 수 있을까?
미국 민주당 상원 의원들이 상무부에 모바일 충전기 통합 표준 도입을 촉구하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IT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이 충전기 표준 정책을 도입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분석했다.
표준 충전기 논쟁의 불씨를 지핀 것은 엘리자베스 워런, 에드 마키, 버니 샌더스 등 미국 상원의원들이다. 이들은 지난 주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모바일 충전 표준 도입 전략을 개발할 것을 요구했다.
상원의원들은 EU 의회가 충전 표준 도입 법안을 통과시킨 지 한 주 만에 집단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이 EU 같은 결실을 맺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 미국 상원의원들 "우리도 EU처럼 할 필요 있다" 주장
EU는 최근 2024년까지 USB-C를 충전 표준으로 단일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EU는 이 법을 마련하기까지 10년 가까운 준비 기간을 가졌다.
따라서 미국 역시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단 기간 내에 의미 있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애플’이다. EU와 달리 미국 시장에선 애플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문제는 애플은 USB-C 대신 라이트닝 커넥터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충전 표준을 도출하려고 할 경우 엄청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 상원 의원들은 상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특정 표준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관련 기관과 협력해 소비자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충전 표준 마련을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의원들은 소비자 가전 업체들이 충전 표준 확립에 실패한 점을 강조했다. 더 이상 표준 충전기 문제를 민간에 맡겨둘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규격 차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은 충전기를 두 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EU 자료에 따르면 역내 소비자 중 38%가 별도 충전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환경 파괴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전자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선 충전 표준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U가 2024년까지 USB-C 방식으로 단일화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이었다.
최근 ‘수리할 권리’에 많은 공을 들여 왔던 미국 정치인들이 충전 표준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문제 의식과 관련이 있다.
이번에 상무 장관에게 서한을 보낸 미국 상원의원들은 관련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다만 여러 기관들이 충전 표준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EU, USB-C 보다 더 나은 기술 나오면 정책 수정 가능
하지만 미국에서도 의미 있는 법안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충전 표준 정책 도입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특정 방식으로 충전 표준을 확정할 경우 혁신이 저해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는 주로 라이트닝 커넥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애플이 혁신 저해를 논리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스테크니카는 “충전기 표준 정책이 새로운 충전 기술을 막을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무시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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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표준으로 확정한 USB-C보다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충전 기술이 나올 경우엔 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공언했다.
상원의원들은 이런 여러 한계와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도 EU의 전례를 뒤따라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