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C는 왜 전자폐기물 추방 '절대반지'가 됐나

EU, 2024년부터 표준 적용…"절반 가량이 이미 사용"

홈&모바일입력 :2022/06/08 10:42    수정: 2022/06/08 18:4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반지의 제왕은 다큐멘터리였다. USB-C 충전기가 반지라면, 중간계는 유럽연합(EU)이다.”

미국 IT매체 프로토콜은 7일(현지시간) 유럽의회의 모바일 충전기 표준화 법 통과 소식을 전하면서 첫 문장부터 ‘반지의 제왕’ 비유를 동원했다. 

또 USB-C가 27개 역내 국가들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전자 쓰레기를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그러면서 “애플에겐 큰 충격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절대반지를 들고 있는 프로도. (사진=영화 반지의 제왕)

■ "충전 표준 확립할 경우 연간 336억원 절약" 

충전기 표준화법안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2021년 9월 처음 제안했다. 유럽의회 내부시장 및 소비자보호위원회(IMCO)가 지난 4월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한 데 이어 전체회의까지 통과하면서 충전기 표준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유럽 의회를 통과했다고 곧바로 법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이사회와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전자 폐기물 감축과 소비자 편의 증가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 합의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는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반지’다. 악의 세력이 이 반지를 갖게 되면 세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반지의 제왕’은 절대반지를 없애기 위해 구성된 반지원정대의 모험을 그린 소설이다.

라이트닝과 USB-C 커넥터.(사진=씨넷)

이런 사정을 떠올리면 프로토콜의 비유가 다소 과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가 처한 상황을 따져보면 그 정도 ‘오버’는 눈 감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주요 업체들은 제각기 다른 충전 표준을 고집해 왔다. 스마트폰, 태블릿, 게임기 등 모바일 기기를 살 때마다 별도 충전 단자를 함께 구입했다. 그러다보니 가방 속에 두 세 가지 충전 단자를 넣고 다녀야만 했다.

충전기를 표준화할 경우 이런 불편은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된다. 물론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U는 또 충전 표준을 확립할 경우 소비자들이 연간 2천680만 달러(약 336억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늘어나는 전자 폐기물 심각…독불장군 애플 행보 관심 

더 큰 문제는 전자 폐기물이다. 

최근 전 세계는 버려지는 전자 기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제연합(UN)과 국제전기통신엽합(ITU) 집계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동안 5천400만 톤 가량의 전자 폐기물이 배출됐다.

EU가 모바일 충전기 표준화를 밀어부치는 것도 전자 폐기물 감축 운동의 일환이다. USB-C로 표준화할 경우 연간 1만1천 톤 가량의 전자 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충전기가 전체 전자폐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숫자다.

그렇다면 EU는 왜 전자 폐기물 감축을 위해 USB-C를 표준으로 선택했을꺄?

2021년 자료에 따르면 EU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의 44%는 USB-C 충전 방식을 사용했다. 38%는 마이크로USB였다.

문제는 애플이 고집하고 있는 라이트닝 커넥터다. 현재 라이트닝 커넥트는 18%를 차지고 있다.

EU는 저가 기기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이크로USB는 점차 USB-C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충전기 표준 법이 없을 경우 라이트닝 커넥터 비율은 계속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애플은 ‘혁신 저해’를 이유로 USB-C 충전 방식을 계속 거부해 왔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부위원장은 "사업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다. 이제는 충전 표준을 위한 입법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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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이어 유럽의회까지 힘을 실어주면서 모바일 충전기 표준 법안이 시행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재 상황이라면 2024년 초부터는 본격 적용될 전망이다.

그 때가 되면 EU 지역에서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태블릿, 모바일 게임기 등 대부분의 중소형 전자기기는 USB-C로 통일된다. USB-C가 ‘절대 반지’가 되는 셈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