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8은 기아가 K7 후속으로 지난해 초 출시한 차종이다. 올 1월 기준 누적 판매 대수는 4만3천165대. 같은 시기 경쟁 모델 그랜저는 6만5천29대를 팔았다. 큰 폭의 변화를 거쳐 동급차급 이상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그랜저가 쌓은 벽은 보기보다 높았다.
시작은 좋았다. 사전 계약 첫날 1만8천15대가 계약되며 그랜저의 1만7천294대를 넘어섰고, 출시 하루 전까지 2만5천대에 육박하는 계약을 따내며 연간 목표 판매 대수 8만대의 약 30%를 조기 달성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전 계약이 출고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K8은 지난해 7월, 그리고 올 1월을 제외한 모든 달에서 2등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 충성 고객이 많다는 얘기"라며 "K8만의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기획·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조형·공간·성능 등 상품성은 우수…그랜저보다 나은 부분 많아
상품성은 우수하다. 그랜저보다 나은 부분도 많다. 조형은 범퍼와 한 몸을 이루는 프레임리스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로 남다른 존재감을 자아낸다. 이 가운데 프레임리스 그릴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기아만의 디자인 요소다.
옆면은 입체적인 선과 면을 통해 역동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패스트백 스타일 루프라인·크롬 사이드 가니시도 주목할 만한 부분. 보수적인 준대형 세단 이미지를 지우는데 도움을 준다. 뒷면은 좌우 램프를 이어주는 선과 굴곡진 면 처리가 특징이다.
실내는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합한 와이드 스크린으로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용자 디자인은 직관적이고 반응속도도 재빠르다. 공간은 그랜저보다 넓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축거가 10mm 더 길기 때문.
엔진 라인업은 2.5·3.5 가솔린, 3.5 LPI,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로 구성된다. 2.5 가솔린은 최고 출력 198마력, 최대 토크 25.3kg.m, 복합 연비 리터당 12.0km를 확보하고 R-MDPS(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로 예리한 조향 응답성을 제공한다.
3.5 가솔린은 최고 출력 300마력과 최대 토크 36.6kg.m를 내고, 전자 제어 서스펜션을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편안한 주행 환경을 구현한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10.6km. 3.5 LPI는 최고 출력 240마력, 최대 토크 32.0kg.m, 복합 연비는 리터당 8.0km다.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는 엔진 최고 출력 180마력, 엔진 최대 토크 27.0kg.m를 발휘하며 모터는 최고 60마력, 최대 27.0kg.m를 낸다. 복합 연비는 17인치 타이어 기준 리터당 18.2km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km당 88g에 불과하다.
그랜저와 공유하는 엔진은 2.5 가솔린이 전부다. 때문에 어느 한 쪽이 더 낫다고 평하기 어렵다. 시승차인 3.5 가솔린은 그랜저 3.3 가솔린과 비교 가능한데 K8이 10마력, 1.6kg.m 더 높다. 체감상 큰 차이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변속기는 2.5·3.5 가솔린, 3.5 LPI에 8단 자동,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에 6단 자동이 맞물린다. 3.5 가솔린과 결합된 8단 자동은 투 챔버 토크 컨버터를 장착해 압력 변화에 따른 변속 충격을 완화하고, 에너지 손실을 줄여 연비를 개선한다.
굴림 방식은 기본 앞바퀴 굴림이고 3.5 가솔린에서만 네바퀴 굴림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랜저에는 없는 네바퀴 굴림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네바퀴 굴림은 눈길 등 미끄러운 노면 위에서 앞바퀴 굴림보다 안정적인 주행 환경을 제공한다.
3.5 가솔린에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들어가는 점도 그랜저보다 나은 부분.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그랜저 3.3 가솔린에 장착되는 일반적인 서스펜션보다 충격 흡수 능력이 뛰어나다. 큰 충격도 부드럽게 걸러낸다. 차급 이상의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운전자 보조 기능은 비슷하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2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등이 주행 안전을 적극 보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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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8, 그랜저 능가…상위 트림 갈수록 경쟁력 높아
K8은 다방면에서 그랜저를 능가한다. 상위 트림으로 갈수록 경쟁력은 더 높아진다. 최고 300마력의 힘은 물론 네바퀴 굴림, 그리고 대형 세단에 버금가는 편안한 승차감 등을 제공한다. 가격차도 크지 않다. 231만원만 더 내면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고민은 사치다. 답은 분명하고 명확하다. 정상에 올라도 손색 없는 상품성을 지녔다. 기아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과 다른 보다 공격적인 상품 구성과 가격 정책이 요구된다. K5가 쏘나타를 이겼듯 K8도 그랜저를 넘어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