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상반기 코로나 타격...하반기는 빅테크와 전쟁

[2020 상반기결산] 금융업권

금융입력 :2020/06/30 17:18    수정: 2020/06/30 22:11

손예술, 차재서 기자

2020년 상반기 금융업권을 강타한 사건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였다. 코로나19로 국내 금융업계의 해외 진출에 제동이 걸린데다, 기업의 수출·입도 제한이 생기면서 돈의 혈액순환도 순탄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0.50%로 인하하면서 코로나19발 경기 둔화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코로나19로 일부 펀드의 환매가 연기되면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 경계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금융업권은 코로나19로 불거진 초저금리와 디지털 컨택트(Digital-Contact), 거대 기술기업인 '빅테크'의 금융 서비스의 침투,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이 당면 과제임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금융업 체질을 변화시킬 요인으로 꼽았다.


■ 올 상반기 은행들 '코로나19'가 가장 큰 영향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경.(사진=KB국민은행)

30일 6대 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카카오뱅크) 관계자들에게 올해 상반기 은행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안을 묻자, 이들은 모두 코로나19를 짚었다.

코로나19가 어떤 점에서 영향을 줬냐는 질문에는 ▲비대면 영업 가속화 ▲리스크 관리 ▲초저금리라고 답변했다.

코로나19 지역 감염으로 은행 지점이 임시 영업을 중단하면서, 은행선 고객과 최우선의 접점을 지점으로 볼 수 없게 됐다. 디지털 채널을 찾는 고객이 점차 늘고, 늘 것으로 예상되자 은행들은 디지털 컨택트 중심의 영업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변화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채널을 재정비해 영업력을 확대하는 주요 채널이 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예상이다. 소상공인 대상 코로나19 지원 대출도 1차에선 지점이 중심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2차선 대부분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신청을 받기도 했다. 은행업계선 "비대면 영업 가속화는 결국 지점과 같은 부동산 자산, 지점에 나가 있는 인력 구조에 대한 변화를 빠르게 촉진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경기 사이클 둔화와 유동성 악화가 우려되자 은행선 자영업자와 중소·대기업의 자금 지원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사상 최저치인 연 0.50%의 기준금리로 결정, 대출 연체율 우려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였다. 하지만 은행업계선 연체율·대출 손실 충당금 관리 등 건전성 부문을 더욱 세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관측했다.

코로나19로 일부 펀드 환매에 문제가 생기거나, 애초 기초자산이 잘못 설계된 금융투자상품이 나오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도 커졌다. 1조6천679억이라는 큰 돈이 묶인 라임 펀드 해결을 위해 라임 펀드를 판매한 20개 은행·증권사가 오는 7월을 목표로 가교 운용사(배드뱅크)를 설립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코로나19로 손보·생보 희비 엇갈려...저축은행은 선방

코로나19로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의 희비도 엇갈렸다. 생보사는 뒤따른 초저금리 기조에 수익성 하락 위기에 직면한 반면, 손보사는 자동차보험 등 일부 사업 실적이 개선되는 뜻밖의 호재를 맞았다.

생보업계의 경우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운용자산이익률 하락과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상품의 이차역마진 부담을 신경 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보통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안전자산인 국공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데, 채권 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익률이 악화될 수밖에 없어서다.

역마진 문제도 마찬가지다. 주요 생보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6~8%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했는데, 현재 저금리 기조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지난해에도 운용자산이익률은 3.55%인데 반해 보험료 적립금 평균금리(부담금리)는 4.18%를 기록해 0.63%p의 역마진이 발생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운용자산이익률이 3% 초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손보업계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실적 악화의 주범이던 자동차보험 성적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삼성화재(81.6%) ▲현대해상(81.5%) ▲DB손해보험(82%) ▲KB손해보험(81%) ▲메리츠화재(78.4%) 등 전년 동기 대비 6~13%p 하락하며 적정 손해율(78~80%)에 바짝 다가섰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외부 활동이 뜸해지면서 자동차 운행과 사고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란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이에 힘입어 손보업계는 상반기 내내 유의미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화재를 비롯한 주요 5사는 1분기에도 작년보다 5% 늘어난 총 5천67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었다.

저축은행 업권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적극 공략해 수익성을 높이고, '우량 고객'을 대거 유치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SBI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 OK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등 대형사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7배 늘어난 것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대출을 받으려는 중·저신용자가 저축은행으로 몰리면서 이자이익이 급증한 결과다.

물론 저축은행 업권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 전반에 연체율 상승과 같은 '코로나19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 철저한 여신 관리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빅테크·마이데이터, 올 하반기 금융업권 최대 화두

은행업계선 올 하반기 은행에 미칠 큰 이슈로 빅테크의 금융 서비스 진출 강화와 오는 8월 5일 시행되는 개정 신용정보법 중 하나인 마이데이터를 택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영업 가속화와도 맞물리는 부분이다.

은행업계선 이미 금융소비자의 최종 접점은 한 회사만의 상품을 파는 은행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보다는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 파는 빅테크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경각심이 높아진 상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네이버 통장'을 출시하자 통장의 명칭을 빼앗겼다는 점, 원금 보장이 되지 않은 상품이라는 점을 들어 은행업권은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은행업계선 빅테크와 경쟁을 위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을 경우 개인이 보유한 자산을 관리하고 조회할 수 있고,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많은 고객을 모을 수록 은행도 플랫폼 사업자에 준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특히 개인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취급하는 생보업계엔 포기할 수 없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사전 수요 조사에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생명 등 생보사가 앞다퉈 도전장을 내민 것도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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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사업 참여 시 생보사는 맞춤형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상품 개발과 요율 체계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연금관리를 통한 노후설계나 저비용의 건강관리 서비스도 가능하다.

금융위는 앞선 수요조사를 기반으로 7월까지 마이데이터 예비컨설팅을 진행한 뒤,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8월부터 본인가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르면 10월부터는 정식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