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록스, 코로나19로 인한 환경 악화에 HP 인수 포기

WSJ "자금 조달 통한 인수·위임장 대결 모두 어려워진 탓"

디지털경제입력 :2020/04/01 09:08

미국 사무기기 제조사 제록스가 개인용 컴퓨터·프린터 제조사 HP의 적대적 인수를 포기했다. 코로나19로 자금동원력이 떨어지며 인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복사기 제조사 제록스가 HP의 인수를 포기했다. (사진=플리커 @Zack Seward)

31일(미국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제록스는 30억 달러(약 3조 6천억원) 규모의 인수 계획과 위임장 대결을 통한 HP 이사회 장악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록스는 "현재 공중보건 비상 상황과 이로 인한 시장 침체로 더 이상 인수를 진행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제록스는 HP에 합병을 제안했지만 HP가 이를 거절하자 지난 해 11월 현금과 주식교환을 통해 HP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HP 역시 주당 24달러(약 2만 7천원)에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제록스의 제안을 거부했다.

당시 제록스의 시가 총액은 80억 5천만 달러로 HP의 시가총액 272억 7천만 달러의 1/3 수준이었다. 제록스는 인수에 필요한 금액을 일본 후지필름과 합작회사인 후지제록스 지분을 매각해 충당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양사의 시가 총액은 지난 2월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HP의 시가총액은 250억 달러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제록스의 시가 총액은 현재 40억 달러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240억 달러를 은행권에서 조달해서 HP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제록스는 오는 5월 HP의 주주 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우호적인 인물을 투입한 다음 HP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 들이려던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위임장 대결 역시 최근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주와 투자자를 만나 설득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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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록스가 HP의 적대적 인수 계획을 포기하면서 5개월에 걸친 두 회사의 대립도 일단락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람들이 종이에 보다 덜 의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다 3D 프린터 등 신기술도 이런 추세를 막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제록스와 HP 모두 합병 여부에 관계 없이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