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채권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연령이 대부분 만 50세 이상~만 70세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기 은퇴했거나 은퇴한 연령이 집중되는 연령대다.
이들은 파생결합증권 투자 결정 시 녹취 의무에도 배제되는 연령대라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DLF를 불완전하게 팔았는지 따져보기 더 까다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F의 연령별 잔액 현황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원금 손실이 예고된 우리은행 DLF에 가장 많이 투자한 연령층은 만 50세 이상~60세 미만으로 집계됐다. 전체 투자자(기관 제외) 1천417명 중 468명이 이 연령대에 속해있다. 전체 투자자 중 33.02%를 차지하며, 이들의 투자 잔액은 880억원이다.
이 뒤를 만 60세 이상~70세 미만이 이었다. 401명이 투자했으며 전체 투자자 대비 비율은 28.29%, 투자 잔액은 811억원이다.
KEB하나은행도 별 반 다를게 없다. KEB하나은행 DLF를 가장 많이 산 연령층은 만 60세 이상~만 70세 미만으로 405명이다. 투자 잔액은 871억원이며 전체 투자자(기관 제외)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33.53%다. 이 뒤를 만 50세 이상~만 60세 미만이 이었다. 379명(25.67%)이며 투자 잔액은 756억원이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 1월 1일부터 주가연계증권(ELS) 등 변동성이 높은 고위험 파생결합증권을 70세 이상 고령자나 부적합투자자에게 판매할 경우 판매 과정을 녹취하도록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실시해왔다. 당시 홍콩 H지수 등의 하락으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나자, 고령층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였다. 녹취를 의무화해 '날림 투자동의서'를 막고 금융사 임직원이 설명을 충분히 해야한다.
그러나 이번 우리·KEB하나은행 DLF 상품에 투자한 연령은 녹취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50대~60대의 금융지식 점수를 살펴보면 70대에 비해 월등히 높지 않고, 파생결합증권보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떨어지는 '복리 계산'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의 금융이해도는 63.1점(100점 만점), 60대는 59.6점, 70대는 54.2점이다. 70대가 비록 조금 낮지만 큰 차이는 없다.
소비자가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비교하고 적절한 정보에 입각해 금융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는 기본 지식인 '금융지식' 항목은 50대 평균은 66.5점 60대 61.6점이지만, '복리 계산'의 이해도는 50대 평균 22.4점, 60대 평균 22.7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 때문에 조기 은퇴자나 은퇴 시기가 맞물려있는 50~60대의 불완전판매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후 자금도 투자상품에 투자해 더욱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관련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70대보다 50~60대의 금융이해도가 무조건 높다고 판단하긴 어렵다"면서 "50~60대는 일시에 받는 퇴직금 등으로 돈이 가장 많은 시기인데,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조바심이 나는 시기기도 하다. 이 시기에 있는 연령층을 향한 불완전판매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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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DLS판매 잔액은 8천224억원이다. KEB하나은행이 가장 많이 판매한 영국과 미국 CMS 금리 연계 상품이 6천958억원, 우리은행이 대부분 판매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상품이 1천266억원이다.
이 중 손실구간에 진입한 금액은 7천239억원이고, 만기까지 현재 금리가 유지될 경우 평균 예상 손실률은 55.4%에 달하는 4천558억원으로 추정된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60대와 70대들은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이 '예금 금리보다 조금 더 얹어주는 매우 안전한 상품', '손실난 적 한번도 없는 안전한 상품'이란 설명을 듣고 은퇴자금 등을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