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에 '김치' 강판, 흥국생명·화재 등에 과징금

공정위, 태광 계열사에 총 21억8천만원 부과

금융입력 :2019/06/17 16:29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태광 총수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판매 중인 김치와 와인 등을 강매한 태광 소속 19개 계열사에 총 21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동일인·경영진·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 계열사들은 태광 총수일가 소유사인 '휘슬링락 씨씨(CC)'에서 10kg당 19만원에 김치를 임직원에게 할당해 팔았다. 계열사들은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와 판촉비로 구매했고 직원들에게 '급여'로 지급하기도 했다. 태광의 19개 계열사가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휘슬링락 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톤6천만길로그램이며 거래금액은 95억5천만원에 달한다.

김치뿐만 아니라 와인도 태광 계열사 직원을 동원해 판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와인 판매사 '메르뱅'은 2008년 태광 총수일가가 100% 출자한 회사로,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계열사 간 내부 거래 확대의 일환으로 메르뱅 와인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와인 역시 계열사들은 복리후생비 등 회사 비용을 이용해 샀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태광 계열사가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공정위는 김치와 와인 구매금액에 따라 과징금을 차등 책정한 상태다. 휘슬링락 CC와 메르뱅을 제외한 계열사 중 태광산업의 과징금(2억5천300만원)이 가장 많다. 이 뒤를 흥국화재(1억9천500만원), 티브로드(1억9천700만원), 흥국생명(1억8천600만원) 등이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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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태광 소속 계열사가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 최소 33억원에 달하는 이익이 돌아갔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치 고가 매입으로 최소 25억5천만원, 와인 대량 매입으로 7억5천만원의 이익이 생겼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 2 제1항 제1호, 제4호에 따라 조치했다.

공정위 측은 "이러한 부당 이익 제공 행위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되고, 골프장·와인유통 시장에서의 경쟁까지 저해되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기업 집단 내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 하에서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의 최초 제재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