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홈쇼핑 송출수수료 상승, 판매수수료 전가 우려"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 위해 정부 개입도 건의

방송/통신입력 :2019/04/19 17:56

TV홈쇼핑 사업자들이 IPTV와 케이블TV, 위성 등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에 지출하는 송출수수료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해당사자 간 송출수수료 인상과 관련된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송출수수료가 급격히 증가할 수록 홈쇼핑 업계에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납품업체가 내는 판매수수료가 증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나섰다.

19일 방송학회는 '유료방송 재편기,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 모색' 세미나를 열고, 플랫폼 사업자 중심 논의 구조를 벗어나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검토하고, 올바른 방송정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진용 건국대학교 교수는 발제를 통해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유통산업 내 홈쇼핑 거래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송출수수료 인상이 시장 성장에 기여하는지도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홈쇼핑방송사업자 측면에서 앞번호대 채널을 차지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송출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사업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송출수수료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일반 방송채널사업사용자(PP)의 채널송출 기회뿐만 아니라 채널이용에 대한 시청자의 채널권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홈쇼핑에 납품하는 상품제조·유통사업자 측면에서는 송출수수료 상승이 판매수수료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이렇게 전가된 판매수수료로 납품가격 인상이 이뤄져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우려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결국 박 교수는 송출수수료 상승으로 TV홈쇼핑 시장 거래 구조의 악순환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TV홈쇼핑 거래 구조 안에서 이해관계자 간 상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또한 거래 구조상 지위를 통한 과도한 송출수수료 부과 제한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등 정책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범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홈쇼핑사들이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플랫폼 사업자에 제시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전 교수는 "3대 통신사 기반으로 유료방송 플랫폼이 과점화 된다면, 홈쇼핑 채널 배정이나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플랫폼의 협상력은 더욱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 "홈쇼핑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간의 관계는 논제로섬 게임(서로 협력할 경우 양측의 이익이 모두 증가하지만, 대립할 경우 이득이 모두 줄어든다)이라 서로 윈윈하는 합리적 협상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전 교수는 "홈쇼핑사들이 자체적으로 플랫폼 별 채널 가치와 효과 연구를 해, 협상 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학회 세미나 (사진=지디넷코리아)

정연승 단국대 교수 또한 송출수수료 증가로 판매협력업체의 판매수수료 증가와 소비자들의 부담 증가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갈등을 해결하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송출수수료가 결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TV홈쇼핑 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할 필요 있다"며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수수료 인상률의 상한선을 정하거나, 송출수수료 공개 의무를 실시해 이슈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송출수수료 증가가 판매수수료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이 실장은 "판매수수료가 증가하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귀착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정 수준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갑의 논리와 방법이 시장 질서가 될 수 있는데, 이 방식이 합당한 질서라고 인정할 수 없다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IPTV사업자를 대변하는 IPTV협회에서는 홈쇼핑사업자들과 표준계약서에 의해 송출수수료 계약을 잘 맺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석 IPTV협회 팀장은 "(송출수수료 인상은)자유경쟁체제 논리에서 보면 홈쇼핑 사업자들이 좋은 채널 대역에 들어오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