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해 온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에 신기록 행진을 멈춘 것으로 관측됐다. 모바일 수요 둔화와 더불어 재고가 쌓인 탓에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어서다.
실적 하락의 원인은 D램을 중심으로 업황이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동안 메모리 공급이 확대돼 수급이 일시적으로 주춤했다가, 이후 다시 회복할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 D램 가격 하락이 발목…영업익 '1兆 감소' 전망
SK하이닉스는 오는 24일 4분기 잠정실적과 지난해 연간 실적을 동시에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5조1천96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상 최고 기록이었던 전 분기 영업이익(6조4천724억원)보다 약 15~20% 감소한 것이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하면 16% 성장한 셈이지만,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줄어드는 게 확실시 된다.
이유는 D램 가격 하락이다. 서버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 온 D램 가격은 작년 3분기 고점을 찍고 4분기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D램 평균거래가격(ASP)은 4분기에만 11% 넘게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고량이 쌓여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주문을 줄이거나 미뤘고, 출하량 역시 자연스럽게 감소했다"며 "PC 업계의 거물인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부족 현상도 수요 하락에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D램 업황이 악화한 건 이 제품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에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D램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 출하량은 전 분기에 비해 4% 감소했을 것"이라며 "가격도 10% 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도 엇갈려
D램과 함께 메모리의 한 축을 구성하는 낸드플래시 가격은 더 앞서 하락하기 시작해 4분기에만 약 8.8% 가까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게 D램익스체인지의 분석이다.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낸드는 주력 중인 모바일 시장에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며 "세트 업체와 함께 부진을 겪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전망에 대해서도 증권가와 업계의 분명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우선 증권가는 하루가 다르게 연간 전망치를 하향한 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메모리 업계의 실적 부진이 올 한 해 쭉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 가격 하락은 각각 36%, 44%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이는 역사적으로 가장 가파른 하락을 나타냈던 2011년과 유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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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SK하이닉스 등 업계는 올해 업황과 관련해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엔 낮고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진다) 패턴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올 2분기까지는 메모리 공급이 확대돼, 수급이 일시적으로 주춤했다가 이후 다시 회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요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연간보다는 분기별로 계획을 수립해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수요는 계속 늘고 있고,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