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면 ‘데이터 공짜’ 서비스는 어떻게 될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4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통해 아짓 파이 위원장의 ‘인터넷 자유 회복’ 문건 수용 여부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다. 5명 중 3명이 공화당 위원이기 때문에 사실상 망중립성 원칙 폐기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정 망을 통해 오가는 콘텐츠에 대해선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망중립성 원칙의 핵심이다. 차별금지, 차단금지 등은 이런 기조에서 나온 원칙들이다.
망중립성 폐지가 초 읽기에 들어가면서 또 다른 이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로 레이팅(zero rating)’이 바로 그것이다.
제로 레이팅이란 통신사업자가 특정 앱이나 웹 서비스 이용에 사용되는 데이터에 대해 요금을 면제해주거나 아주 적은 금액만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해 AT&T가 디렉TV 나우에 대해 ‘데이터 무료’ 특혜를 제공하면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망중립성 폐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제로레이팅’ 논란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선 망중립성이 확실한 원칙으로 자리잡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제로레이팅’은 별개 이슈로 간주해 왔기 때문이다.
■ 과도한 혜택으로 경쟁 저해 때만 개입
실제로 톰 휠러 위원장 시절 FCC는 제로레이팅만으로 규제를 하진 않았다. ‘건별 심사’를 한 뒤 위법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 당시 FCC의 기본 방침이었다.
통신사들이 공정 경쟁을 저해할 정도로 과도하게 자사 서비스를 우대할 때에 한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도였다.
이 대목에서 살짝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제로레이팅’은 분명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CC는 왜 망중립성 이슈는 아니라고 봤던 걸까?
제로레이팅을 할 경우 서비스 품질은 건드리지 않은 채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만 과도한 혜택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할 때에 한해 제재해 왔다.
이에 따라 FCC는 지난 해 T모바일의 공짜 프로그램인 빈지온을 비롯해 컴캐스트의 스트림TV 서비스, 버라이즌의 프로비 데이터 360 프로그램을 예의 주시해 왔다. AT&T의 스폰서 데이터 프로그램 역시 조사 대상이었다.
그런데 아짓 파이가 FCC 위원장에 취임한 이후엔 제로 레이팅 관행에 대한 조사를 중단했다. 실제로 FCC는 지난 2월 미국 주요 통신 및 케이블 회사에 “데이터 공짜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외신 보도에 따르면 FCC는 “조사 기간 중 제기됐던 어떤 사실도 법적인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 문제 생길 때 처리 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도
그렇다면 미국에서 망중립성 원칙이 폐기될 경우 어떻게 될까?
일단 제로레이팅 서비스 자체는 큰 변화가 없다. 다만 이후 조사과정에서 조금 달라질 수는 있다.
망중립성 원칙이 있을 경우엔 FCC가 제재할 수 있는 범위가 좀 더 넓다. 불공정 경쟁 뿐 아니라 망중립성 위반 차원에서 제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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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FCC는 지난 해 톰 휠러 위원장 임기 막바지 무렵엔 AT&T의 스폰서 데이터 프로그램에 대해 “망중립성 원칙 위반 소지가 많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FCC는 올 들어 이 조사 자체를 중단했다. 따라서 ‘제로레이팅’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규제 영역으로 넘어가게 됐다. FTC는 불공정 경쟁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