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해라 '마른 장마'…제습기 '울상'

7월 판매량 전년동기대비 20~30%↓ 추산

일반입력 :2014/07/28 10:56    수정: 2014/07/28 13:17

이재운 기자

제습기 시장이 마른 장마에 울상이다. 6월까지 나타났던 기세가 주춤해졌다. 업계는 길어진 여름 성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밝지만은 않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7월 제습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30% 가량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와 달리 마른 장마가 이어졌고 한반도에 직접 상륙한 태풍도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부지방에 장마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중부지방 판매 비중이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 사이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등 중부지방의 제습기 판매 비중은 35%에 그쳤다. 지난달까지 55%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 낮아진 수치다.

반면 장마와 태풍의 간접영향 등으로 잇따라 비가 내린 충청 이남 남부지방의 판매 비중은 이 기간 동안 65%로 상승해 지난달까지 45%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제습기 판매량이 장마비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업계는 당초 지난해 제습기 시장에 분 엄청난 열풍이 재현될 것으로 기대하며 물량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제습기 시장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는데 이는 중부지방에 여름 성수기 내내 쏟아진 40여일에걸친 긴 장마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올해 7월 중부지방에는 장마가 거의 찾아오지 않아 최고 성수기에 이같은 재현이 나타나지 못한 것.

비는 야속하게도 7월말이 돼서야 중부지방을 찾아왔다.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지난 24일을 전후해 내린 비가 올 여름 가장 많이 내린 비였다. 제조사와 유통업체는 특별 제습기 생방송을 홈쇼핑 채널에 편성하는 등 물량 처리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7월말부터 여름용 제품 성수기가 끝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중부지방이 아무래도 구매력이 더 높고 인구도 많은데 중부지방에 마른 장마가 계속되면서 판매량이 예전만 못하다”며 “6월까지는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지만 이번달 실적이 아쉽다”고 전했다.

다만 길어진 여름에 따라 여름 계절가전 성수기가 함께 길어지고 있고, 제습기가 가을과 겨울에도 판매량이 적지 않다는 점은 아직 탄식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위니아만도가 올해 여름 가전시장 흐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더위가 예전보다 빨리 시작되면서 5월부터 여름 계절가전 판매량이 증가해 성수기가 앞당겨졌다. 또 올 9월의 경우 윤달이 되면서 평년보다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고 있다.

관련기사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182년 만에 9월 윤달이 찾아온 올해는 9월까지 늦더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8월이 윤달이었던 지난 1995년의 경우 8월 평균기온이 90년 이후 두 번째로 무더웠던 것과 같이 올해 9월에도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밖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9월까지 이어지는 태풍 발생은 물론 비닐하우스 내부 건조, 옷장 관리 등 다양한 제습기 수요 증가로 가을과 겨울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