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띵' 아프리카TV BJ “나는야 게임 대통령”

게임으로 자신의 꿈을 키워가면서 인터넷 세상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열혈 여성 게이머가 있다. 바로 아프리카TV 인기 BJ인 ‘양띵’(본명 양지영, 24)이 그 주인공이다.

양띵이 진행하는 아프리카TV 방송을 보기 위해 팬들이 즐겨찾기해 놓은 수는 무려 68만 명, 팬카페 가입자 수만 해도 7만 여명에 달한다. 생방송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시청수도 2만 명에 달할 만큼 아프리카TV에서 양띵은 아이유 부럽지 않은 '스타'이자 '게임 대통령'이다.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직접 플레이 하면서 시청자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때로는 재미와 웃음을 선물하는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또 즐겨했다. 보통의 부모들이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게임을 못하게 하지만 개방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그녀는 게임과 오랫동안 동고동락해 왔다.

결국 그녀는 게임으로 자신의 꿈을 이뤘고 더 큰 꿈(연출가)을 키워가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양띵의 꿈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주춧돌 역할이 됐고, 또 어린 나이에 큰 인기와 금전적인 도움까지 줬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행복을 안겨줬다. 이렇게 전문 BJ로 활동해 온 시간만 벌써 3년 가까이 됐다.

“처음 친구 때문에 아프리카TV를 알게 됐어요. 같이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방송은 친구가 제가 BJ를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던전앤파이터 방송도 했었고 여러 게임을 찾아보던 중에 마인크래프트로 방송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마인크래프트는 2009년 만들어진 샌드박스와 RPG 요소가 결합된 게임이다. 이 작품은 80년대 게임처럼 그래픽은 단조롭지만, 높은 자유도로 세계 많은 게임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게임 자체에 목표가 없어요. 보통 온라인 게임처럼 최고레벨을 찍거나 장비를 완벽하게 갖출 필요가 없죠. 자기가 정하는 규칙과 목표에 따라 게임을 풀어 가면 되거든요. 한 번 방송을 하면 4시간 정도 하는데, 나머지 시간들은 대부분 마인크래프트 콘텐츠를 준비하는 데 사용합니다.”

방송이나 게임을 하는 시간 외적으로 양띵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취미는 맛집을 찾아가는 것. 거리가 멀더라도 맛집은 꼭 찾아가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도 가장 큰 애착을 갖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취미활동은 게임이다.

“최근에는 아키에이지와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겨 하고 있어요. 리그오브레전드는 국내 출시전부터 북미 서버를 통해 즐겨 했고요. 최고레벨에 도달한 아키에이지는 어떻게 보면 마인크래프트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점에서요. 이 게임은 가끔씩 제 방송에서도 뒤풀이용으로 하고 있는데 팬들의 반응이 좋더라고요.”

아프리카TV의 매력은 팬들이 별풍선으로 BJ에게 애정을 표현한다는 점이다. 방송에 대한 출연료를 시청자들이 직접 주는 셈이다. 양띵처럼 인기 순위 1, 2위를 다투는 경우 억대 연봉자 부럽지 않은 수준까지 소득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별풍선으로 얻는 수입을 공개하는 것은 어려워요. 제가 공개하면 다른 BJ들 수입까지 사실 공개되는 거잖아요. 작년 말 시상식에서 대상으로 받은 상금은 500만원이었는데, 이 부분은 어머니께 전부 드렸어요. 최고의 동영상으로도 선정돼 100만원 상금을 받기도 했는데, 이 금액은 방송을 도와주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데 사용했고요.”

양띵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본인이 뜻하는 분야와 달랐고, 아프리카TV BJ에 대한 매력을 알고 인기를 얻고 있던 터라 부모님의 이해와 지원을 등에 업고 지금의 길을 걷게 됐다.

“처음에 어머니가 말도 안 된다고 하셨죠. 그런데 결국 큰 맘 먹고 해보고 싶으면 해봐라, 나이 먹으면 못할 텐데 하고 적극 지원해주셨어요. 일종의 도박과도 같았죠 사실.”

BJ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지도 들어봤다.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다 보니 짓궂은 팬들도 많을 수밖에 없고, 또 반대로 고마운 팬들에 대한 추억도 있지 않을까 싶어 질문을 던졌다.

“게임 행사를 갔을 때에요. 그 동안 인기를 인터넷에서 글로만 봤었는데,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죠. 한 번은 어떤 부모님이 오셔서 양띵이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아들과 함께 방송 재미있게 보고 있다면서요. 또 한 초등학생팬이 미술 시간에 제 게임 캐릭터를 그려서 카페에 올렸는데, 그림 밑에 제 유행어인 ‘촐라’라는 글씨가 써져 있어 놀랐어요. 애들이 제 말을 따라하고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방송에서 말투를 고치고 바른 말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양띵은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정기모임을 통해 보답한다. 여름에는 청소년 팬들과 함께 식사와 영화 감상을, 겨울에는 성인팬들과 1박2일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이번 주말이 마침 대전에 있는 팬션으로 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이다.

“장소랑 팬션 예약, 신청 인원은 제가 직접 받아요. 모집을 하면 정말 많은 분들이 하세요. 1분 만에 꽉 찰 만큼요. 팬 분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해드리는 차원에서 하는데, 남성분들만 많은 것 같겠지만 사실 여성분들 참여율도 꽤 높아요.”

양띵은 아프리카TV BJ로서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본인 일에 대한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그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많은 이용자들이 너도나도 아프리카TV에서 스타 BJ가 되기를 꿈꾸지만 하루에도 수천수만 개 방송이 열리는 공간에서 눈에 띄기란 사실상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다.

“어떻게 하면 인기 BJ가 될 수 있냐고 많이들 물어보세요. 어떻게 하면 시청자를 많이 모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도요. 그런데 시청자 수에 많은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수가 적더라도 내 방송을 찾아준 사람 한 명을 챙겨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시청자만 바라면 내 사람을 만드는 게 어렵잖아요. 한 명의 시청자라도 내 사람을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