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애플 아이폰의 데이터 사용량 폭주로 통화불통 현상이 발생했을 때, KT는 애플에 대해 대가를 요구하거나 데이터망 접속을 차단하지도 않았다.”(삼성)
“애플이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때 통신사와 협력해 성공한 것처럼 삼성도 동반성장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길 기대한다.”(KT)
삼성과 KT가 스마트TV 차단 사태에 “애플처럼 대우해 달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의미는 정반대여서 그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처럼’이란 각사의 입장은 간단하다. 유선망에서의 논란을 무선망으로 옮겼을 뿐 양측의 기존 주장과도 다르지 않다.
삼성은 제공사업자(삼성-애플)와 단말(스마트TV-아이폰)에 따라 통신사(KT)가 차별(차단이나 품질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KT는 통신망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삼성은 ‘망중립성’ 관점에서, KT는 사업자 간 ‘망이용대가’로 풀어야 한다는 기존 접근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누구 말이 맞나
양측의 말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삼성의 주장처럼 이번 스마트TV 차단 사태는 삼성과 KT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망중립성’만으로 풀 수 있는 사안도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때문에 규제기관인 방통위 내부에서조차 이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KT의 삼성 스마트TV 차단 이슈는 ‘망중립성’과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2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즉, 초고속인터넷·IPTV 사업자로써 통신사의 전통적 시장을 보호해야 하는 가치와 스마트TV라는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어떻게 연착륙시키고 육성하느냐의 가치 충돌이란 것이다.
반면, 또 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제도 차원의 문제는 또 다른 것이고 현재는 KT가 전기통신사업법상 법 위반을 했느냐는 것”이라며 “유사사례로 거론되는 LG파워콤의 하나TV 차단 건은 상호접속체결이 돼 있는 통신사 간 이슈이기 때문에 이 경우 다르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어느 한 쪽의 얘기를 수용하거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사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스마트TV는 IPTV와 다르다?
IPTV와 스마트TV는 인터넷망을 이용해 VOD, 웹 검색, 게임 등의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차이는 다양한 방송채널 서비스가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된다.
단말 관점에서는 IPTV가 외장형태의 셋톱박스를, 스마트TV는 셋톱박스가 TV에 내장돼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때문에 IPTV는 셋톱박스, 스마트TV는 자사가 제조한 TV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를 두고, 삼성은 실시간방송이 없기 때문에 IPTV와 다르다는 것이고, KT는 방송채널사업자들이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여서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KBS의 ‘K플레이어’, MBC ‘푹(pooq)’, SBS ‘고릴라’, CJ ‘티빙’ 등이 그 예다.
이 같은 논쟁에 유사한 사례가 있다. 2007년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IPTV법)이 제정될 당시 디지털케이블TV와의 형평성 논란이다. 당시 케이블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IPTV에 방송법 적용을, IPTV는 양방향이 가능한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법 제정을 주장했다.
당시 IPTV 역시 실시간방송이 탑재되지 않은 VOD 형태의 서비스만 제공됐으며 IPTV법 제정 이후 실시간방송이 추가됐다. 그리고 규제 형평성 차원에서 케이블의 권역·지분제한 등의 규제완화가 추가적으로 이뤄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당시 IPTV는 기술적으로 실시간방송이 가능했고 별도의 망을 이용해 서비스 된다는 측면에서 스마트TV와 기술적 양태가 다르다”며 “다만, 이러한 부분이 고려돼 망중립성 포럼이나 스마트TV 연구반을 통해 제도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마트TV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측면에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전통적인 사업자 보호와 신규 서비스 활성화란 두 가지 측면에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15배 vs. 1.5~8Mbps, 왜?
KT는 삼성 스마트TV를 차단하면서 ‘IPTV의 5~15배 데이터 용량’을 이유로 들었고, 삼성은 스마트TV의 ‘데이터 용량은 1.5~8Mbps 수준’이라며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한 쪽이 거짓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 양측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다. 그 대상이 다를 뿐이다. 삼성은 가입자망을, KT는 백본망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실시간방송이든 VOD든 백본망의 트래픽 부하를 감소시키기 위해 전국 19곳에 1조3천억원을 들여 노드를 구축했다”며 “이용자가 1박2일의 VOD 다운로드를 할 경우 백본망까지 오지 않고 노드까지만 접속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약 85%의 트래픽을 줄인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접속이 많은 실시간방송의 경우도 멀티캐스트 방식의 IPTV는 동일한 프로그램에 접속할 경우 하나의 접속으로 처리한다”며 “하지만 유니캐스트 방식의 스마트TV는 동시접속자 수만큼 백본망에 부하를 일으키기 때문에 블랙아웃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멀티캐스트든, 유니캐스트든 삼성의 스마트TV와 관계가 없다”며 “그것은 CP가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KT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가입자가 100Mbps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제공 범위 내에서 어떻게 이를 사용하든 상관없는 것 아니냐”며 “가입자망에서 트래픽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백본망에도 영향이 없을 텐데 둘을 구분지어 얘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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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 같은 양사의 입장을 감안할 때 15일 예정된 망중립성 포럼의 자문위원회에서도 분위기 반전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T의 접속차단에 대한 방통위의 결정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단계로 KT에 제재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