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을 위한 가계통신비 인하는 (나의) 연임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향후 통신·방송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열린 통신업계 CEO 간담회에서 최시중 위원장은 자신의 연임 여부를 거론하면서까지 이통사 CEO들에게 마케팅비 과다지출 문제와 요금인하에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한 바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요금인하 압박 거세질까
당시 최 위원장은 “이통사의 마케팅비와 관련해서는 방통위가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며 “CEO들이 머리를 맞대고 영업책임자들과 구체적 방안을 만들어야 하고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통3사 CEO들은 지난해 7조5천억원에 달했던 3사의 마케팅비를 6조원대로 줄이겠다고 화답하면서, 단말·콘텐츠 비용이 포함된 통신비 항목의 재조정을 요청했다.
이는 방통위가 마케팅비를 줄이는 대신 이를 요금인하에 써 줄 것을 당부한 말이지만, 이통3사는 단말기·콘텐츠 비용이 포함된 현재 통신비 구조가 가계통신비 상승의 원인이 돼 왔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통3사가 3월 중 기존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기본료가 인하된 청소년·노인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범정부적인 요금인하 압박의 칼날을 피해나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이통3사 CEO가 언급한 가입비 인하 조치도 향후 정부의 요금인하 압박을 피해갈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스마트폰 가입자의 폭증과 함께 요금인하 요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방통위가 이 같은 이통사의 움직임에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방통위 ‘종편 지킴이’ 굴레 벗을까?
최시중 위원장은 2008년 방통위가 출범하면서 초대 수장을 맡아 3년 동안 현 정권의 방통융합 정책의 기초를 다지는데 기여를 했다.
때문에 방송 및 융합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후임 위원장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측면에서 최 위원장의 연임이 줄곧 점쳐져 왔다.
하지만 최 위원장이 취임 초기부터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을 이유로 줄곧 종합편성채널에 ‘올인’ 했다는 점과 이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세웠다는 점은 향후 떠안아야 할 과제다.
특히 지난 연말 종편 사업자 선정에 대한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매듭 지으면서 종편채널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켜야 하는 것 또한 2기 방통위의 숙제가 됐다.
따라서 채널 배분, 민영 미디어렙,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 유예, 수신료 등 종편을 위한 각종 ‘유효경쟁정책’들도 하나 둘 가시화 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콘텐츠 진흥 등 방송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후순위로 밀려날 경우 미디어 산업 활성화도 종편을 위한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까닭에 최시중 위원장의 연임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과 언론을 정치적 도구로 만들어버리려는 구시대적 인사를 포기하고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후보자를 미리 물색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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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송 시장에는 종편을 제외하고도 KBS 수신료 인상 문제와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간에 벌어진 재송신 분쟁까지 굵직한 안건이 산적해 있다. ‘최시중표’ 방송 정책의 결과물들이 2기 방통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25일까지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면 3년 간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