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적과 동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오랫동안 대립했던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위해 손을 잡는 반면 기존 협력사와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거나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17일 AI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수년간 충돌했던 애플과 메타가 AI 협력에 나섰다. 대규모 AI 모델을 컴퓨터에서 실행하는 기술을 함께 최적화했다. 반면 애플은 AI 서비스 파트너인 오픈AI와 영업비밀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과 메타는 대표적인 빅테크 앙숙이었다. 애플이 2021년 아이폰 이용자의 동의 없는 앱 추적을 제한하자 광고 사업에 타격을 입은 메타가 강하게 반발했다. 메타는 2022년 애플 정책 변경으로 그해 약 100억 달러(약 13조원) 매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 회사가 AI 기술 협력에 나섰다. 메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공개한 AI 모델 '뮤즈 스파크 오픈'을 애플의 고성능 컴퓨터 '맥 스튜디오'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최적화했다. 매개변수 8160억 개 규모의 모델을 애플 M5 울트라 칩이 탑재된 맥 스튜디오 2대로 구동하는 방식이다.
양사 경영진도 협력 성과를 공개적으로 반겼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애플과 협력한 덕분에 모델을 맥 스튜디오에서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고, 존 터너스 애플 CEO도 개발진을 축하했다.
챗GPT로 손잡았는데…AI 기기 개발 놓고 법정 공방
애플과 오픈AI는 정반대 상황이다. 두 회사는 2024년 아이폰과 맥에서 챗GPT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했지만 현재는 AI 기기 개발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지난 7월 오픈AI로 이직한 전직 직원들이 자사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가 새로운 AI 기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애플의 기밀 기술을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오픈AI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오픈AI가 애플을 상대로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법원 문서에서 오픈AI는 자사 직원이 애플로 복귀하면서 미공개 AI 기기 관련 기밀 파일 100여 개를 개인 계정으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해당 직원이 애플 고위 경영진에게 오픈AI 제품 개발 내용을 설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애플은 자체 조사에서 오픈AI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서로 영업비밀 유출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실제 유출과 사용 여부는 법원에서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공방은 애플이 지난 13일 AI 스마트홈 기기 '홈뷰'를 공개한 직후 불거졌다. 홈뷰는 AI 음성비서 '시리 AI'를 탑재해 가전제품을 제어하고 사용자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오픈AI는 법원 문서에서 홈뷰 발표를 언급하며 자사 기밀이 애플 제품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다만 홈뷰 개발에 오픈AI 기밀이 사용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쟁사 기술은 쓰고 기존 동맹과는 경쟁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글과도 AI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올해 1월 AI 협력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구글과 공동 개발한 모델 기술을 적용한 새 음성비서 시리 AI의 영어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로 경쟁하는 두 회사가 AI 개발에서는 협력 관계를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와 협력하면서 자체 AI 모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MS는 지난 15일 매개변수 2조 8000억 개 규모 'MAI-Base-2' 사전학습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오픈AI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자사 서비스에 오픈AI 모델을 적용해 온 MS가 독자 기술 확보에도 나선 셈이다.
MS는 오픈AI 경쟁사인 앤트로픽 모델도 자사 서비스에 도입했다. 오픈AI 역시 MS와 협력을 유지하면서 다른 기업과 AI 인프라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기존 협력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각자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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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와 애플도 이번 기술 협력으로 기존 경쟁 관계를 끝낸 것은 아니다. 두 회사는 AI 모델을 개인용 컴퓨터에서 실행하는 분야에서 협력하면서도 다른 제품과 시장에서는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알렉산더 왕 메타 최고AI책임자(CAIO)는 애플과 협력하게 된 데 대해 "엄마와 아빠가 다시 사이좋게 지내게 돼 기쁘다"며 "협력하고 제휴하는 것이 타당한 분야에서는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