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와 아르헨티나 화산에서 발견된 잉카 시대 미라 8구의 머리카락과 손톱에서 향정신성 코카 성분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기즈모도 등 외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이날 고고학 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에 발표됐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잉카인들이 희생 제물로 바쳐질 사람들에게 환각 효과가 있는 식물을 먹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식물을 사용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진은 미라의 머리카락과 손톱에 남아 있는 케라틴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8구 모두에서 코카 잎에서 추출한 코카잎 성분을 확인했다. 코카 잎은 잉카인들에게 신성한 식물로 여겨졌다. 또 미라 절반에서는 알코올을 섭취한 흔적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알코올이 제사 의식에 앞서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데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 생물고고학자이자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다그마라 소차는 "흥미로운 점은 코카가 카파코차 의식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반면, 다른 향정신성 물질의 사용은 개인과 지역에 따라 달랐다는 것"이라며 "이는 잉카 제국 전역에서 아이들을 희생 제물로 바치기 위한 준비 과정이 동일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신성한 의식이자 정치적 협상
잉카인들은 자신들이 신의 소유인 땅에서 살아가며, 신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믿었다. 논문에 따르면 카파코차 의식은 가뭄과 기근, 정치적 불안정 등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는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치러졌다.
의식을 위해 제국 전역에서 어린이들이 선발됐으며, 이들은 신성화 의식을 거친 뒤 수도 쿠스코나 지방의 신탁소, 사원 등에서 희생 제물로 바쳐졌다.
소차는 "이 의식에는 정치적인 측면도 있었다"며 "잉카 제국이 지역 사회와 관계를 맺고 지역 신들을 제국의 종교 체계에 편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식에 앞서 정교한 준비와 제물 봉헌이 이뤄졌으며, 아이들은 종종 고산 지대에 있는 신전까지 긴 여정을 떠나야 했다"고 덧붙였다.
머리카락과 손톱에 남은 약물의 흔적
소차는 아이들에게 어떤 물질이 투여됐는지 정확히 밝히려면 먼저 해당 물질을 사용한 목적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약효가 있는 식물은 아이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됐을 수 있다. 반면 해당 물질이 아이들의 의식 상태를 변화시켜 희생 의식을 치르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약물 성분은 머리카락과 손톱의 케라틴에 오랜 기간 흔적으로 남는다. 연구팀은 현대 법의학 독성학 분석 기법을 활용해 콜럼버스 이전 시대에 사용된 코카와 알코올, 기타 환각성 식물과 관련된 화합물을 조사했다.
어떤 약물 발견됐나
연구에 사용된 미라 8구는 지난 약 100년 동안 서로 다른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것으로, 사망 당시 나이는 6~14세였다.
연구팀은 모든 미라에서 코카 성분을 확인했으며, 일부에서는 알코올 섭취 흔적도 발견했다. 이와 함께 남미에서 사용된 향정신성 음료인 아야와스카(ayahuasca)와 관련된 화합물인 하르민(harmine)도 검출됐다.
논문에 따르면 아이들과 함께 묻힌 토기에서 옥수수 발효주인 치차(chicha)의 흔적이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아이들이 섭취한 알코올은 치차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역사 기록에서도 잉카 의식에 치차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희생 제물이 바쳐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지에서 출토된 남성 조각상들의 뺨에는 코카 잎을 씹었을 때 나타나는 것처럼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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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머리카락은 개인이 생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섭취한 물질의 화학적 흔적을 보존한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희생된 한 소녀의 코카 섭취량이 사망 전 6개월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할 수 있었다. 이 소녀의 머리카락에서는 알코올 섭취 흔적도 확인됐는데, 이는 사망 직전 한 달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소차는 "5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아이들의 생애 마지막 몇 달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어 "흥미롭게도 이전 연구에서 코카 잎을 섭취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던 미라에서도 코카 섭취 흔적을 발견했다"며 "이는 분석 기법이 발전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