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후 신뢰회복 대응 돋보여...기업이 먼저 손실 감수"

신민수 한양대 교수, 고객 보호·보상과 보안체계 개편 긍정 평가

방송/통신입력 :2026/10/28 12:34    수정: 2026/10/28 13:33

지난해 사이버 침해사고를 겪은 SK텔레콤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업의 참고 사례가 될 만한 대응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규 가입 중단으로 영업 손실을 감수하면서 전 고객 보호와 보상에 집중하고, 보안체계를 경영 전반으로 확대하는 등 사고 수습을 넘어 기업 운영 방식을 바꾼 점이 주효했다는 게 핵심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28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SK텔레콤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노력들의 공통점을 보면 위험이나 비용을 직접 떠안은 점”이라며 “전 고객 자동 보호는 신청 부담을, 위약금 면제는 계약자 구속을 면해주는 것이고 요금 할인은 경제적 손실을 이용자가 아니라 회사로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먼저 비용을 부담하니까 사과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됐다”며 “이로써 신뢰 회복에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이날 SK텔레콤의 해킹 사고 이후 대응을 분석하면서 기술적 보호 조치와 고객 보상, 취약계층 지원, 경영체계 개편이 신뢰 회복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특히 기업이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비용과 위험을 먼저 떠안은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

영업 손실 감수하고 전 고객 보호, 취약계층 지원도 차별화

신 교수는 SK텔레콤이 사고 이후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기존 고객 보호에 역량을 집중한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신규 가입 중단은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결정”이라며 “기업이 지속적인 영업이익을 내야 됨에도 불구하고 신규 가입을 중단해서 자기 희생을 했다”고 했다.

기술적 대응에서도 비정상 인증 차단 시스템(FDS)과 유심보호서비스, 무료 유심 교체 등 여러 보호 수단을 동시에 시행한 점이 효과적이었다고 봤다.

신 교수는 “다양한 기술을 중첩해서 썼다”며 “단일 수단도 아니고 순차적으로 쓰지도 않고 여러 기술을 동시에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 차단 수단을 하나에 의존하지 않음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안심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고객 보상에서는 위약금 면제에 주목했다. 고객이 통신사를 떠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계약 유지에 따른 부담을 기업이 떠안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위약금 면제 같은 경우에는 SK텔레콤을 떠날 권리를 보장했다는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고객들에게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점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도서 벽지와 고령자,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보호 서비스를 시행한 점도 차별화된 대응으로 평가했다.

신 교수는 “신뢰라는 것은 평균적인 고객보다는 취약한 계층을 얼마큼 도와주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보편적 조치와 취약계층 맞춤 조치가 결합됐다는 것은 신뢰 회복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보안 문제를 기술 조직에만 맡기지 않고 최고경영진과 그룹 차원의 경영 과제로 확대한 점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의 독립성 강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고객신뢰위원회 운영, 사고 대응 매뉴얼 개편과 정보보호 백서 발간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신 교수는 “보안 네트워크 조직부터 움직여서 기업의 최고 경영층 그리고 그룹의 최고 경영층까지 동시에 움직이게 된다”며 “SK텔레콤이 상당히 신뢰 회복을 빨리 하게 된 근간이 되지 않았느냐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백서를 발간해서 기본적으로 증거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장치를 만들어놨다”며 “어떤 식으로 보안을 바꾸어서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지 이 체계를 만들었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술적 신뢰 상당히 회복"...고객 관점 변화는 계속

신 교수는 이 같은 대응이 가입자와 경영 지표에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번호이동 가입자도 한 15만 명이 될 정도로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은 SK텔레콤이 취한 조치들이 어느 정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플러스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보상과 보호 조치에 대규모 비용이 투입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1.1%, 당기순이익이 73% 감소했지만 이후 실적이 회복되는 흐름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사고 초기 탐지와 공지 지연, 유심 교체 과정의 혼란은 한계로 지적했다.

신 교수는 “초기 메시지가 실질적으로 어떤 사실을 제공할 것이냐, 고객은 어떻게 행동할 것이냐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픈 한계”라며 “기술이나 운영적 신뢰는 상당히 회복됐지만 공정성, 책임 신뢰는 법적 책임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어서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혜연 SK텔레콤 고객가치혁신실장은 “사고 직후 고객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도 “회사는 고객을 보호하려고 빠르게 움직였는데 실제 전달되는 과정에서 사전에 살피지 못한 게 아쉽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지난해 말 고객가치혁신실을 강화한 뒤 고객경험(CX) 조직을 중심으로 현장 활동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들었던 고객의 목소리는 보고서 속에서 보는 숫자로 만나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우리 원칙은 단순하게 고객을 기다리지 말고 현장에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전국 87개 시군에서 약 3만 5000명의 고객을 만났다. 전북 진안에서는 통화 품질에 대한 불편을 듣고 현장을 점검한 결과, 안테나 방향이 미세하게 틀어진 문제를 발견한 사례도 소개했다.

이 실장은 “작은 사례지만 신뢰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객의 아주 작은 불편도 회사가 바뀌는 계기가 돼야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뢰 회복은 회사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받아야 하는 영역”이라며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할 수는 있지만 완전한 회복을 선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통신 3사의 사고 이후 대응에 차이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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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KT의 사고 신고와 자료제출을 비롯한 조사 과정, LG유플러스의 서버 폐기 문제를 비판하면서 SK텔레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낫다.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보안사고 책임을 면할 수는 없어도 이후 대응은 그나마 나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은폐나 조사 방해가 기업의 선택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움직인다”며 “(정부의) 감독과 제재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