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역 간 문화 향유 격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예술단체마저 서울 중심으로 공연을 편성하면서 비수도권 주민의 관람 기회가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26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공연 티켓판매액은 약 80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티켓예매수도 약 1141만매로 6.3% 늘었다.
그러나 공연시장 규모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됐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티켓판매액 비중은 81.0%, 예매수 비중은 77.2%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4%포인트, 1.7%포인트 낮아졌지만 공연 매출의 80%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한 셈이다.
지역 공연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같은 기간 부산의 티켓판매액은 전년 대비 147.9% 증가했다. 대전(70.2%), 광주(52.4%), 강원(50.6%) 등에서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문제는 공공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국립 예술단체에서도 수도권 편중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올해 9월까지 전체 공연 116회 가운데 110회를 수도권에서 열었다. 서울 공연만 103회에 달한 반면 비수도권 공연은 6회로 전체의 5.2%에 그쳤다. 부산과 광주, 대전, 울산, 강원, 충북, 전북, 경남, 제주 등 9개 광역 시도에서는 단 한 차례도 공연을 열지 않았다.
다른 국립 예술단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립합창단은 전체 282회 공연 가운데 수도권에서 210회, 비수도권에서 72회를 진행했다. 비수도권 비중은 25.5%에 불과했다. 국립현대무용단 역시 전체 333회 중 수도권 240회, 비수도권 93회로 지역 공연 비중이 27.9%에 머물렀다.
반면 국립발레단과 서울예술단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더 많은 공연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국립 예술단체라도 공연 편성과 운영 방식에 따라 지역 주민이 누릴 수 있는 문화 향유 기회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공연이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민인기 국립합창단 단장은 국감에서 지역 공연이 불가능하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국립현대무용단 측도 지방 공연을 진행했다고 해명했으나 전체 공연에서 지역 공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지적은 피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역 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연 유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예산안에 공연·전시 지역 순회 확대를 위한 예산 1052억원을 편성했다. 전년보다 484억원 늘어난 규모다. 수도권에 집중된 우수 공연을 지역으로 확산해 거주지와 관계없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공연 횟수와 지원 예산을 늘리는 데 그쳐서는 지역 공연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 공연을 유치할 수 있는 공연장과 제작·운영 인력, 안정적인 관객층을 함께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지역 공연장의 기획 역량과 자체 제작 기반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국감에서도 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요구가 제기됐다. 국립 예술단체 공연이 장기간 열리지 않은 지역을 우선 지원하고, 기관별 비수도권 공연 목표와 관련 예산을 마련하라는 주문이다. 지역 공연 횟수와 접근성 개선 성과를 기관장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문체부 측은 관련 요구에 동의하며 내년도 예산 확대를 포함한 개선책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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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영근 의원은 "비수도권 지역 국민도 국립 예술단체 공연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 주민들은 교통비와 숙박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거주 지역에 따라 문화 향유 기회가 달라지는 문제에 대해 문체부와 국립 예술 공연 기관들이 분명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