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언어는 행복보다 안전을 선호한다?

美 연구진, 2만개 이상 단어 사용 사례 분석

과학입력 :2026/10/25 11:36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는 행복이나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려는 경향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특성이 더 근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데일리에 따르면 미국 버몬트대학교 연구진은 2만개 이상 단어가 실제 문장에서 사용된 수십억건의 사례를 분석해 인간 언어에 안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감정뿐 아니라 힘과 위험, 질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에는 긍정적인 감정보다 안전과 위험을 구분하는 특성이 중요하게 반영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기존 언어학과 심리학에서는 단어의 의미를 주로 긍정과 부정, 흥분과 차분함, 지배와 복종이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설명해 왔다. 1950년대부터 활용된 이른바 'VAD 모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언어에 담긴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책과 뉴스, 소셜미디어, 방송 대화 등에서 실제 사용된 단어들을 분석해 새로운 의미 구조를 찾았다.

그 결과 단어의 의미를 ▲힘(약함과 강함) ▲위험(안전과 위험) ▲구조(질서와 혼란)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더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모델은 연구진이 측정한 단어 의미의 변동을 90% 이상 설명했다. 기존 VAD 모델의 설명력은 약 72%였다.

특히 연구진은 다양한 언어 자료에서 위험을 나타내는 단어보다 안전과 관련된 단어가 더 자주 사용되는 경향을 확인했다.

이는 인간 언어가 부정적인 표현보다 긍정적인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기존의 '폴리아나 원리(Pollyanna principle)'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결과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단순히 행복이나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상태를 나타내는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이러한 현상의 배경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피터 도즈 버몬트대학교 교수는 안전을 나타내는 표현이 인간 언어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경향이 인간의 생존과 관련됐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주변 환경이 안전한지,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지, 어떤 상황이 위험한지를 끊임없이 판단한다. 이러한 특성이 언어의 의미 구조에도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인간이 실제로 행복보다 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확인한 것은 단어의 의미와 사용 빈도에 나타난 경향이며, 그 원인이 진화 과정에서 형성됐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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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과는 인공지능(AI)이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많은 AI 시스템은 문장의 긍정적·부정적 감정을 분석하는 기술을 활용한다. 연구진은 힘과 위험, 질서라는 요소를 함께 고려하면 AI가 문장에 담긴 신뢰와 위험, 상황에 따른 의미 차이를 더욱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