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윤리조항’에 막힌 클래리티법…전문가들 "중간선거가 변수"

의석 확보 수에 따라 입법 난이도 달라져…공화당 내부 정리도 과제

IT 일반입력 :2026/09/16 12:12    수정: 2026/09/16 12:48

미국 가상자산 포괄 법안인 클래리티법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향후 입법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절차표결 부결 핵심 원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이해관계를 둘러싼 윤리조항을 꼽았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진행된 클래리티법 절차표결은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됐다. 법안을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찬성 60표가 필요했지만 11표가 부족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

표결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600쪽이 넘는 법안을 두고 협상을 이어왔지만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이해관계를 제한하는 윤리조항에서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해당 조항은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뉴스1)

김남웅 포필러스 대표는 이번 부결의 핵심 배경으로 윤리조항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윤리조항에 대해 일부분 양보했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보유 가상자산 관련 재산 매각 조항에는 합의하지 않았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부결에 대한 명분이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이사도 “클래리티법 윤리조항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이 시장은 트럼프에 의해 만들어지고 트럼프에 의해 막힌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윤리조항은 표면적 이유…사실상 정치 싸움

일각에서는 이번 클래리티법 부결 핵심 원인이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셈법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클래리티법이 친 가상자산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 성과로 비춰질 수 있어 민주당 입장에서는 중간선거 직전 법안을 통과시키기보다 지연시키는 전략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디지털자산 책임연구원은 “민주당 입장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정치적 성과에 도움을 줄 필요가 없다”면서 “클래리티법 통과를 위해서는 그만큼 양보를 받아야 하지만 윤리조항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도 “더 크게 보면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공화당과 민주당 간 정치 싸움”이라며 “표결 직전에 민주당은 또 한 번 수정안을 보냈고 공화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클로처 표결에서 공화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며 “당 대 당, 그리고 각 의원들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라고 덧붙였다.

중간선거 결과가 분수령

오는 11월 중간선거 결과가 향후 클래리티법 논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윤리조항을 둘러싼 협상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기조를 이어갈 수 있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경우 윤리조항이 향후 협상에서 더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또 이번 표결에서 공화당 내 이탈표가 나온 만큼 내부적인 의견 조율도 필요하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새 의회에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면 하원 통과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면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윤리조항에 대한 타협이 필요하고 공화당 내부 표 정리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간선거에서 의회 구도가 달라지더라도 가상자산 시장을 법제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관련 논의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성욱 연구원은 “민주당에서도 클래리티법 통과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라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등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제도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영향 놓고 엇갈린 전망…“제한적” vs “법제화 속도 영향”

클래리티법 부결이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에 미칠 영향을 두고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렸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이사는 이번 부결이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법안은 다른 국가가 제도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며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클래리티법 입법이 좌초되면서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욱 연구원은 “입법 방향성 등에서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면서도 “다만 클래리티법이 빠르게 통과됐다면 국내나 다른 국가가 참고할 선례가 하나 더 생기면서 글로벌 입법이 조금 더 빨라졌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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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남웅 포필러스 대표는 국내 입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김 대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 포괄법안인 지니어스법이 지난해 7월 미국에서 통과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되지 않았다”며 “클래리티법이 미국의 첫 가상자산 관련 법안도 아닌 만큼 국내 입법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