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여러 무리를 연결해 숫자를 더하고 조건에 따라 결과를 내놓는 살아있는 회로가 개발됐다. 전선과 전기 신호를 사용하는 반도체 회로와 달리 세균이 화학물질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12일 씨넷재팬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진은 최대 24개의 세균 무리를 연결해 두 개의 입력값을 더하는 생물학적 회로를 만들었다. 계산에는 약 8시간이 걸렸다.
쉽게 말해 세균 하나하나를 컴퓨터 부품처럼 이용한 셈이다. 어떤 세균은 신호를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하고, 다른 세균은 받은 신호를 다음 세균으로 전달한다. 연구진은 식물과 관계가 있는 판토에아 아글로메란스(Pantoea agglomerans)라는 세균을 이용해 스위치 역할을 하는 2종과 신호 전달 역할을 하는 3종을 만들었다.
전선 없이 화학물질로 신호 전달
작동 원리도 일반적인 전자회로와 다르다. 연구진은 세균들이 약 5mm 간격으로 무리를 이루도록 한천 위에 배치했다. 한쪽 세균 무리가 화학물질을 내보내면 이 물질이 주변으로 퍼지고, 다른 세균 무리가 이를 감지해 신호를 전달받는다.
거리가 멀어지면 중간에 다른 세균을 배치해 신호를 이어줬다. 전자회로에서 전선이 각각의 부품을 연결하는 것처럼 세균 무리와 중계 역할을 하는 세균을 배치해 신호가 이동할 길을 만든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덧셈을 구현했다. 두 곳에서 들어온 신호를 여러 세균이 차례로 전달하고 처리한 뒤 두 입력을 합친 결과를 내놓도록 했다. 특정 조건이 맞을 때만 결과를 내는 논리 연산과 들어온 신호를 서로 다른 곳으로 나눠 보내는 기능도 구현했다.
전자회로와 비교하면 속도는 매우 느리다. 세균 회로가 한 차례 덧셈을 마치는 데 약 8시간이 걸렸다. 연구진이 이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반도체를 대신할 기술로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8시간 걸려도 괜찮다, 목표는 식물
연구진이 주목하는 분야는 식물 주변의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용도다. 식물은 컴퓨터처럼 순식간에 정보를 처리할 필요가 없는 만큼 몇 시간에 걸쳐 작동하는 세균 회로도 활용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식물 주변의 세균이 토양이 얼마나 말랐는지, 해충과 관련된 변화가 있는지 등을 각각 감지하고 여러 정보를 한데 모아 판단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센서로 정보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세균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며 여러 조건을 함께 따져 특정 결과를 내놓도록 하는 것이 연구진의 목표다.
관련기사
- ‘무설탕’이라 안심했는데…껌 속 감미료, 간에서 과당으로 변했다2026.09.07
- '이 껌' 씹었더니 구강암 세균 93%↓…어떤 성분 넣었길래2026.08.05
- 호수 얼음이 녹색으로 변했다…체코 호수에 무슨 일이2026.01.31
- 실내 공기 속 '곰팡이', WHO 허용치 이하에서도 폐 손상 확인....국내엔 기준도 없어2025.07.18
다만 이번 연구에서 세균 회로를 실제 농작물에 적용해 가뭄이나 해충을 막는 데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여러 세균 무리를 연결하면 전자회로처럼 신호를 전달하고 간단한 계산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단계다.
이번 연구는 MIT 크리스토퍼 보이트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