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입 대금 35일 내 지급...재고 떠안는 대량매입 어려워질 수도"

매입 보수적으로 바뀌면 제조사 재고 부담↑…중소 이커머스 자금 부담도 변수

유통/생활/문화입력 :2026/09/10 17:42    수정: 2026/09/10 18:16

대규모 유통업체의 납품대금 지급기한을 단축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유통업계가 향후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납품업체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지만 직매입 비중이 높은 유통업체에서는 기존 자금 운용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직매입 납품대금 지급기한 단축을 골자로 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지난 3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법사위 문턱까지 넘으면서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대규모 유통업체가 직매입한 상품의 대금을 상품 수령일부터 현행 60일 이내에서 35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약매입·위수탁·매장임대 거래의 판매대금 지급기한도 월 판매마감일부터 현행 40일 이내에서 20일 이내로 단축된다. 직매입 거래 가운데 월 1회 정산하는 경우에는 월 매입마감일부터 2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서울 시내 한 가정집에 배달된 쿠팡 로켓프레시 상품.(사진=지디넷코리아)

정산 빨라지면 매입도 보수적으로…“제조사 부담 커질 수도”

이번 법안은 이커머스뿐 아니라 대형마트·백화점·전문판매점 등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는 유통업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직매입 비중이 높고 기존 대금 지급기간이 긴 업체일수록 정산기한 단축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대금 지급기한 개선안을 마련하며 11개 업태 132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매입 거래의 평균 대금 지급기간은 27.8일이었다. 업체별로는 다이소 59.1일, 컬리 54.6일, 쿠팡 52.3일 등으로 나타났다. 새 기준이 적용될 경우 이들 업체는 현재보다 대금 지급 시점을 상당 폭 앞당겨야 한다.

직매입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정산주기 단축이 기존 상품 매입과 자금 운용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산주기 단축에 매입량·가격 협상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기존 정산주기에 맞춰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구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며 “지급기한이 갑자기 짧아지면 기존 자금 운용 시스템을 다시 맞춰야 하는 만큼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지급기한 단축이 상품 매입량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정 기간 판매를 거친 뒤 납품대금을 지급할 수 있어 예상 판매량보다 많은 상품을 직매입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정산 시점이 빨라질 경우 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실제 판매가 예상되는 수준만큼만 상품을 들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는 유통사가 재고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대량으로 상품을 매입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급 시기가 앞당겨지면 30일 안에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을 중심으로 보다 보수적으로 매입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통사의 대량 매입을 통해 재고를 줄여왔던 제조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량 매입이 줄면 납품업체와의 가격 협상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유통사는 한 번에 많은 물량을 매입하는 대신 낮은 가격을 확보해 할인 판매에 활용해왔는데 매입 규모가 작아지면 이 같은 방식의 가격 경쟁력도 일부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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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까…중소 이커머스 부담도 변수

관심은 늘어난 자금 부담이 할인·쿠폰·무료배송 등 소비자 혜택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상품 매입대금을 이전보다 빠르게 지급해야 하는 만큼 자금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비용 절감 필요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 단계에서 소비자 혜택 축소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도를 변경하면 기업은 그 기준에 맞춰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자가 불편해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대응 방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법 시행 전인 만큼 구체적인 대응책이 결정된 단계는 아니다”며 “향후 제도가 확정되면 내부적으로 자금 운영이나 상품 정책 등을 점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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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작은 이커머스 업체일수록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금성 자산이 충분한 대형 업체는 지급기한 단축에 맞춰 자금을 추가 투입할 여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 업체는 단기간에 납품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기업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제도에 맞출 수 있겠지만 현금 여력이 부족한 작은 업체들은 지급주기가 급격히 짧아지면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제도의 취지뿐 아니라 유통사와 제조사, 소비자에게 각각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