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가 첨단산업의 장기 투자와 초기 적자를 고려해 세액공제 활용 기회를 넓히고 생산·고용 지원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건의했다.
한경협은 정부가 지난 8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개선 의견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요 기업의 의견을 수렴한 이번 건의서에는 10개 법령과 관련한 51개 과제가 담겼다.
한경협은 정부의 국내 생산·지방 투자 지원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기업이 혜택을 실제로 쓸 수 있도록 제도 설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액공제가 마련돼 있어도 초기 적자로 납부할 세금이 없거나 투자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 지원 효과가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투자·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나중에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최대 10년에서 최소 15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반도체와 바이오처럼 대규모 투자가 먼저 이뤄지는 산업에서는 이익을 내기 전에 공제 기한이 끝날 수 있다는 이유다. 한경협은 미국과 캐나다의 R&D 세액공제 이월 기간이 20년이라는 점을 참고 사례로 제시했다.
새로 도입되는 국내생산세액공제에는 미사용 공제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환급 방식을 제안했다. 납부할 법인세가 없거나 적은 기업에도 생산 지원 효과가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시설투자에 대한 통합투자세액공제와 생산세액공제는 지원 목적이 다른 만큼 동시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원 산업과 물량의 범위도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안은 전략적 중요성, 성장 가능성, 국내 생산 기반 확충 필요성 등을 기준으로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인공지능(AI) 로봇부품 등 6개 분야를 선정했다.
한경협은 이 기준에 부합한다면 미래형자동차, 바이오의약품·백신, 소형모듈원자로(SMR)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봇 완제품과 액화수소, 지속가능항공유(SAF) 역시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다.
국내에서 생산했지만 해외에 판매하는 제품이 지원에서 빠지는 점도 지적했다. 한경협은 국내 판매분으로 공제를 한정하기보다 수출 물량까지 인정해야 국내 생산을 늘리는 유인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의 유사 제도는 판매 지역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소개하면서, 내수 물량에만 혜택을 주면 수입품과의 경쟁에 영향을 미쳐 통상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고용 분야에서는 대기업을 통합고용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년 취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기업의 채용 유인을 줄이면 양질의 일자리 확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경협에 따르면 대기업은 현재도 청년·장애인·60세 이상 근로자 등 우대 대상자를 추가 고용했을 때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고용 증가분이 10명을 초과해야 공제하는 요건도 적용됐다. 청년 근로자 1명당 공제액은 대기업이 2년간 800만원으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우대 근로자 공제 한도인 3년간 각각 최대 2300만원, 4900만원보다 작다는 점도 제시했다.
지역 지원은 산업 침체와 인구 감소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부는 지역에 따라 기본 공제율에 1.0~1.5를 곱하는 방식으로 R&D·투자·생산 세액공제를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한경협은 산업위기지역 R&D·투자 공제와 인구감소지역·인구감소관심지역의 생산 공제에 가장 높은 계수인 1.5를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설비 개선과 신규 투자를 촉진하고 생산 기반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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