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명화, LG TV로 들어왔다

[문화엔진: 본질을 읽는 시선] The Met 100여 작품 더한 LG Gallery+

전문가 칼럼입력 :2026/09/09 09:58    수정: 2026/09/09 10:30

이창근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문화엔진’은 문화정책과 콘텐츠산업, 도시공간과 예술 현장의 흐름을 깊고 넓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된 시리즈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우리 문화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콘텐츠 디렉터 이창근과 현대미술가 최지원, 도시경관 계획가 박상희, 미디어공학자 정지윤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각자의 전문 영역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디넷코리아 문화산업팀 기자들과 협업해 연재를 이어갑니다. ‘문화엔진’이 K-컬처를 미래산업의 엔진이자 동시대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명화가 LG TV로 들어왔다. LG전자는 최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아트 콘텐츠 서비스 ‘LG 갤러리 플러스(LG Gallery+)’에서 소장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에두아르 마네의 ‘아르장퇴유 정원의 모네 가족’, 윌리엄 메리트 체이스의 ‘해변에서’, 세브린 로젠의 ‘꽃과 과일이 있는 정물’ 등이 대상이다.

명화를 집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익숙한 디지털 전환의 한 장면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오래전부터 소장품을 디지털화하고 온라인으로 공개해왔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지점을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컬렉션이 TV 제조사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화면을 둘러싼 경쟁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LG전자 스마트TV에서 구동 중인 아트 콘텐츠 서비스 ‘LG 갤러리 플러스’. 추천·인기 콘텐츠와 취향 선택, 생성형 AI·음악·사진 등 다양한 콘텐츠와 기능을 한 화면에서 탐색할 수 있다.

명화만 모으지 않는 ‘갤러리’

Gallery+의 매력은 콘텐츠의 폭에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뿐 아니라 영국 내셔널 갤러리 런던,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문화기관과 협력하고, 사치아트의 현대미술도 제공한다. 게임 일러스트와 영화 이미지, 자연경관까지 포함하면 현재 5천 개가 넘는 아트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미술사에 따라 작품을 배열한 온라인 미술관과는 쓰임이 다르다. 한 화면 안에서 고전회화와 현대미술, 영화와 게임 이미지가 이용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그날의 취향과 공간에 맞춰 화면을 바꾼다. Gallery+는 미술작품을 디지털화해 보여주는 데 그치기보다 다양한 시각문화를 생활공간의 화면에 편성하는 서비스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LG전자의 하드웨어와 플랫폼 전략도 맞물린다. OLE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가 이미지의 색과 명암, 디테일을 얼마나 잘 구현할 것인가를 담당한다면 독자 스마트TV 플랫폼 webOS와 Gallery+는 그 화면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를 넓힌다. 좋은 디스플레이가 콘텐츠의 표현력을 높이고, 좋은 콘텐츠는 다시 그 화면을 사용할 이유를 만든다.

TV 산업에서도 이 연결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화질과 크기, 디자인의 경쟁은 계속되겠지만 제품을 구입한 뒤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고 서비스를 반복해서 이용하는지도 TV 경험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LG Gallery+의 ‘갤러리별 콘텐츠 기획전’ 화면. 영국 내셔널 갤러리 런던을 비롯해 LoupeArt, Saatchi Art, Magnum Photos, Sedition, Artlume 등 다양한 갤러리·아트 콘텐츠가 하나의 서비스 안에 구성돼 있다.

메트로폴리탄이 더해진다는 것

그래서 이번 협업은 작품 100여 점의 추가보다 파트너의 성격을 볼 필요가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힘은 유명한 명화 몇 점에만 있지 않다. 오랜 시간 작품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보존하면서 쌓아온 컬렉션과 큐레이션의 신뢰가 있다.

LG전자에는 다른 자산이 있다. 디스플레이와 webOS, Gallery+라는 서비스, 그리고 이용자의 생활공간에서 작동하는 TV다. 미술관이 축적한 문화적 자산과 기술기업의 화면·플랫폼이 만나는 구조다.

LG Gallery+에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윌리엄 메리트 체이스의 ‘해변에서’를 감상하는 모습. LG전자는 The Met 소장 작품 100여 점을 Gallery+에서 선보인다. (사진=LG전자)

문화콘텐츠의 유통에서도 살펴볼 대목이 있다. 그동안 미술관과 박물관의 디지털 전환은 원본을 얼마나 정밀하게 촬영하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것인가에 많은 힘을 쏟았다. 이제 구축 이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만들어진 디지털 문화자산을 어디에 유통하고, 어떤 콘텐츠로 편집하며, 사람들이 다시 찾는 경험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같은 작품 이미지라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때와 거실의 대형 화면에 오랫동안 띄워놓을 때 쓰임은 달라진다. 플랫폼이 바뀌면 콘텐츠의 호흡도 바뀐다. 디지털화 이후에 다시 편집과 연출, 큐레이션이 필요한 이유다.

TV 속 명화가 실제 미술관의 원작을 대신할 수는 없다. 작품의 물성과 크기, 전시장 안의 거리와 빛은 실제 장소가 가진 경험이다. 대신 작품과 만나는 경로는 하나 더 늘어난다. TV에서 처음 발견한 작품이 미술관 방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직접 봤던 작품을 생활공간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다.

5천 점 다음은 ‘발견’이다

Gallery+가 5천여 콘텐츠를 갖추면 질문도 달라진다. 더 많은 작품을 확보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숫자가 커질수록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아트 콘텐츠는 영화나 드라마와 소비의 리듬이 다르다. 한 작품을 몇 시간, 때로는 며칠 동안 화면에 둘 수 있다. 아침과 밤, 계절과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선택도 달라진다. 무엇을 보유했는지만큼 무엇을 언제 만나게 하는지가 서비스의 성격을 결정한다.

Gallery+는 이미 이용자의 취향에 맞춘 추천과 큐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새로운 작품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하느냐다. 유명 작품을 많이 모아놓는 것으로 좋은 컬렉션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작품 사이에 맥락을 만들고, 익숙한 취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이미지로 관심이 이어지게 하는 설계가 중요하다. 콘텐츠의 양이 플랫폼의 규모를 만든다면, 큐레이션은 플랫폼의 성격을 만든다.

이창근 헤리티지랩 소장 · 예술경영학박사(Ph.D. in Arts Management)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합류가 흥미로운 것도 그래서다. 세계적인 미술관이 축적해온 컬렉션의 힘과 LG전자의 디스플레이·플랫폼 역량이 만나 명화를 보여주는 데서 어디까지 더 세밀한 발견과 감상 경험으로 발전할지 지켜볼 만하다.

이는 문화기관과 콘텐츠기업에도 같은 과제를 남긴다. 디지털 전환의 다음 과제는 구축 이후에 있다. 구축한 자산을 콘텐츠로 가공하고, 적합한 플랫폼에 유통하고, 이용자의 선택과 반응을 다시 다음 기획으로 돌려야 한다. 유산과 예술이 디지털 자산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와 경험, 다시 산업으로 이어지려면 이 순환이 필요하다.

TV의 화질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만큼 좋은 화면을 쓸 이유를 만드는 콘텐츠의 가치도 함께 커진다.

LG Gallery+에는 이제 메트로폴리탄의 명화와 현대미술, 영화와 게임 등 서로 다른 시각문화가 하나의 서비스 안에 모이고 있다. 다음 승부가 몇 점을 더 채우느냐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하는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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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가 앞으로 보여줄 매력도 그 변화 속에서 더 선명해질 것이다.

글 = 이창근 예술-기술 칼럼니스트, 인문 논픽션 『도시와 유산을 읽는 법』 시리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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