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다시 커질까…오라클, AI 투자 수익화 지연에 시간외 거래 10% 급락

AI·클라우드 매출 기대 미달...빅테크 AI 과잉투자 논란 재점화

컴퓨팅입력 :2025/12/11 10:04

오라클이 시장 예상을 밑도는 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 2분기(9월~11월) 실적 발표 직후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0.09% 하락 200.51달러를 기록했다. 정규장에서 0.79% 상승 마감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실적 발표 후 매도세가 쏟아지며 급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오라클의 주가가 장외거래에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미지=오라클)

2분기 매출은 160억6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월가 예상치인 162억1천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핵심 성장 동력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 매출 역시 전년 대비 68% 증가한 40억8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고성장세를 보였으나 시장의 눈높이에는 소폭 미달했다. 

폭발적인 AI 수요에도 불구하고 이를 매출로 연결할 인프라 공급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월가는 이번 사태를 두고 막대한 '투입 비용'과 더딘 '회수 속도' 간의 불일치를 지적하고 있다. 오라클은 이번 분기에만 자본지출(CAPEX)로 무려 120억 달러(약 17조6천억 원)를 쏟아부었다. 이는 직전 분기(85억 달러)는 물론 시장 예상치인 82억5천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역대급 규모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라클이 대규모 AI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AI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됐다. 오라클의 인프라 투자 수익화가 지연될 경우 AI 칩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엔비디아 주가도 시간외 거래에서 1% 이상 동반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오라클 주가가 지난 9월 사상 최고치 대비 이미 30% 이상 조정을 받은 만큼 이번 급락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RPO의 급증이 보여주듯 중장기 수요는 확실하며 계약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성장세가 다시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당장의 불확실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빅테크들이 빚을 내어가며 진행하는 천문학적 투자가 과연 약속된 속도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AI 거품론'에 대한 의구심을 다시금 제기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언제, 어느 속도로' 투자금이 회수될지가 숫자로 확인되기 전까지 AI 과잉투자 논란이 쉽게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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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측은 미래 성장 지표를 앞세워 진화에 나섰다. 미래 매출로 인식될 잔여이행의무(RPO)가 전년 동기 대비 440% 폭증한 5천230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오픈AI, 틱톡(바이트댄스), 메타 등 빅테크 고객들과의 계약이 견조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클레이 마고이르크 오라클 공동 CEO는 "우리는 고성능 저비용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회사"라며 "대형 AI 고객들과의 계약을 기반으로 향후 더 높은 성장과 수익성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