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변이 있나" 속타는 재계...反기업 법에 식물정부까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본회의 통과

기자수첩입력 :2024/12/13 18:13    수정: 2024/12/14 07:56

안은 탄핵 정국, 바깥은 트럼프 2기. 그야말로 내홍외압의 상황에서 경제계는 지금 각종 '변(變)'에 휩싸여 있다. 탄핵 소용돌이 속 경제 정책은 동력을 잃었다. 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을 써내려가던 종이에 물이 쏟아진 형국이다.

재계 총수들이 대통령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정부의 정책 협력을 구해왔던 노력들이 다 허사로 돌아갈 판이다. 탄핵 정국 속 기업들의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국회증언법)은 재계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해당 법에는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서류 제출과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없고, 해외 출장과 질병 시에도 화상 연결 등을 통해 국회에 원격 출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과 주요 그룹 사장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수 있다.

매년 국정감사때마다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가 남발되는 상황에서 이를 거부할 명분조차 없애겠다는 것이다.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자료까지 무조건 제출하라는 것은 무지에서 온 용기일까. 정말 민주주의 국가가 맞나 싶은 한탄마저 나온다. 반(反)기업 법은 이렇게 잘 통과되는데, 이상하게도 친(親) 기업법은 정쟁에 밀린다.

경제계가 그토록 외치던 반도체 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면 경제계가 그토록 우려하던 상법개정안은 야당 대표가 직접 토론회까지 열며 추진하려 했다. 계엄으로 토론회는 취소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야당은 '경제'를 살리겠다며 경제단체장들을 불러 모았다. 민생 현안을 살피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새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통상 문제 대응이 시급한데, 국정 공백 가능성 높아지자 경영계의 불안감은 이루말할 수 없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겹쳐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침몰 직전인 석유화학 업계를 살려보겠다던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책 발표는 늦춰졌으며, 제대로 추진될 지도 미지수다.

급박한 탄핵 정국 속에 경제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기업들도 이쯤되니 정부나 국회를 향한 기대감을 내려놓고 '각자도생'모색하는 빠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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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어려워지면 결국 힘들어지는 것은 국민들이다. 국민들이 탄핵을 지지한다고 해서 야당의 반(反)기업 법 밀어붙이기까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경제다. 정치적 혼란이 길어질수록 경제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국회와 정부 모두 한 발짝 물러서서 민생과 기업 환경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경제는 멈출 수 없으며, 국민과 기업이 감당해야 할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서로를 탓하기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경제'라는 공통 분모를 중심으로 협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