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 방송을?"…SKT 이프랜드 '함춘호쇼' 현장 가보니

볼류메트릭으로 출연진 구현…총 7회 걸쳐 진행될 예정

방송/통신입력 :2022/10/07 16:51    수정: 2022/10/09 09:04

"공연할 때 관객분들이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원래는 기분이 나쁘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좋네요. 휴대폰 보고계실 때마다 응원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타리스트 함춘호는 지난 6일 저녁 서울 중구 SK텔레콤 사옥에서 진행된 메타버스 방송 프로그램 '함춘호쇼'의 첫방송을 마치며 "대한민국 음악사의 역사적인 첫 기록을 쌓는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방송은 대면과 비대면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부 관객은 SK텔레콤 사옥에서 함춘호쇼를 직접 눈으로 관람했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통해 공연을 즐기러 들어온 관객도 있었다. 함춘호쇼를 보러 방에 들어온 이용자들은 100여명 정도. 한때 정원인 131명이 다 차기도 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처럼 이프랜드 내부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성우협회와 협력한 '메타버스 라이브 연극', 노래방 소통 프로그램 '아바타 노래자랑' 등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매일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함춘호쇼도 그 일환으로 기획됐다. 송창식, 정훈희, 장필순 등 한국 음악계를 이끌어왔던 가수들의 공연을 볼류메트릭(4K 이상 화질을 구현하는 카메라 100여대가 인물 움직임을 캡처해 360도 입체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으로 구현해 2주에 한 번씩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협력해 더 많은 공연을 기록할 계획도 있다. 

■ 채팅 읽어주고 춤추고…메타버스 방송 살펴보니

이날 SK텔레콤 사옥에서 관람한 함춘호쇼는 보이는 라디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프랜드 내부에서 눈으로 직접 출연진을 볼 수는 없었지만, 방송을 들으며 채팅을 통해 출연진과 소통할 수 있었다. 

첫방송에는 영화 '헤어질결심'의 엔딩곡 '안개'를 부른 송창식과 정훈희가 출연했다. 두 사람은 채팅창에 올라온 글을 읽고 답해주고,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프랜드 아바타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하트를 누르고, 채팅을 보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출연진을 응원했다. 

이프랜드 내부에 출연진과 대화를 진행하는 대화방과 공연이 진행되는 공연방이 따로 나뉘어져 있었고, 아바타는 두 방을 오가며 방송을 즐길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공연장에 볼류메트릭 기술을 활용해 3D로 구현된 출연진 홀로그램이다.

함춘호쇼를 기획한 최민혁 SK텔레콤 PD는 "방송을 위해서 구(球) 형태의 공연장을 따로 만들었다"며 "곡의 테마인 안개에 맞춰 공연장 배경을 마치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2주 뒤에 진행되는 다음 방송까지 송창식·정훈희 테마방을 이프랜드 내부에 계속 열어놓을 예정이다. 

볼류메트릭으로 테마를 구성하는 데에는 약 1~2주 정도 소요된다. 볼류메트릭 비디오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다중 카메라로 인물 동영상을 촬영한 뒤 촬영된 다시점 영상에서 3D 모델정보를 복원·생성해야 한다. 이후 3D 모델에 텍스처를 입혀 비디오를 만들어낸다. 촬영은 SK텔레콤의 '점프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최 PD는 "촬영 자체에 걸리는 시간은 많지 않으나 클린업을 하거나 퀄리티 보완 등 신경쓸 부분이 많아 미리 촬영을 해놓는 편"이라며 "메타버스 안에 공연장을 만들고, 볼류메트릭 콘텐츠를 넣은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 "메타버스로 기록하는 것 큰 의미…영상도 남길 예정"

SK텔레콤이 볼류메트릭을 활용해 이프랜드 내부에서 아티스트 공연을 선보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이프랜드 내 '볼류메트릭 콘서트홀'에서 '메타버스 뮤직 페스티벌'로 적재와 윤하, 제이미, 수란 등의 공연을 선보였다. 

팬들의 좋은 반응을 토대로 지난달에는 이프랜드에 '메타홍대 뮤직투어'를 신설하고 10CM와 선우정아, 카더가든 등 아티스트의 공연을 매일 한 팀씩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특히 메타홍대 랜드는 홍대 인디 공연 문화를 대표해온 라이브 클럽 '롤링홀'을 재구성해 호평을 받았다. 

SK텔레콤은 앞으로는 2주에 한 번씩 함춘호쇼를 통해 한국 음악계를 이끌어온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기록한다는 계획이다. 소규모 팬 커뮤니티를 초청해 대면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계속한다. 현장 상황이 궁금한 팬들을 위해 현장에서 유튜브용 영상 촬영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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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PD는 "공연 모습은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릴 계획이지만 공연 자체는 열려있기 때문에 이프랜드에서 얼마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레전드급 아티스트들, 볼류메트릭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분들을 섭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함춘호쇼는 12월까지 총 7회에 걸쳐 진행된다. 오는 20일 진행되는 2회에는 장필순, 다음달 3일 진행되는 3회에는 정훈희·김태화 부부가 출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