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진행된 '전승절' 기념 행사에서 한 연설과 관련 그가 서방과의 협상 여지를 남겼다는 중국 측 주장이 제기됐다.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서방 제재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절제된' 방식으로 전달하면서도 서방과 협상의 여지를 어느 정도 남겨뒀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전승절' 기념 행사에서 11분간 연설을 하며 "지난해 말부터 서방은 돈바스와 크림반도에 대한 공격을 공개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며 전쟁의 책임을 미국을 포함한 서방에 돌렸다.
이어 "서방의 계획은 우리로 하여금 우크라이나에 군사 개입을 하게 만들었다"며 자신들의 군사작전을 합리화했다. 다만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전승절' 행사 전부터 푸틴 대통령이 전쟁과 관련해 주요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의 연설에는 이와 관련 어떠한 발언도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기존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다른 나라로 전쟁을 확전하겠다는 조짐도 보이지 않았으며 도발적인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가 전쟁과 관련 향후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동부사범대학 러시아연구센터 소속 부연구위원인 취 헝은 "푸틴은 이번 연설에서 나토의 일방적인 확장과 관련해 자국 안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면서도 "미국을 포함해 서방과 향후 협상을 원하는 푸틴은 연설에서 비난의 수위를 낮췄다"고 말했다.
중국 런민대 국제문제연구소 왕이웨이 소장은 "서방은 오히려 전쟁을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의 힘을 약화시키고 결국에는 국제사회에서 이들을 퇴출시키려고 하고 있다"라며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 푸틴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러시아가 자국의 전략적 공간을 서방에 내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하루빨리 돈바스를 점령하고 평화협정까지 체결하고 싶어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과 서방의 지원으로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이제 협상은 단순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국한되기보다는 러시아와 미국간 협상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연설에서 협상의 여지를 남겼지만 당분간은 돈바스 지역에서 전투가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취 헝 위원은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현장에 있던 군인들을 격려한 것과 관련 "러시아에서 열병식은 국민들의 애국심과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는 중요한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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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열병식에 참석한 군인 일부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있었고 향후 다시 최전선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