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단(낙태) 권리를 보장한 법원 판결을 무력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해 줄 직원 복지 혜택을 마련해 관심을 끌고 있다.
아마존이 건강 관련 서비스를 받기 위해 다른 주로 여행하는 직원들에게 4천 달러(약 505만원)를 지원해주는 새로운 복지 제도를 도입했다고 프로토콜이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복지 제도는 1월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비만, 종양, 생후 24개월 이내 선천적 기형, 정신 건강 및 입원환자의 약물 남용 장애 치료 등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치료를 받는 경우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가 관심을 끄는 것은 지원 대상에 '낙태 수술'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프로토콜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면서 “미국 사기업 중 월마트에 이어 직원 고용 수가 두 번째로 많은 아마존의 이번 복지 제도는 연방대법원의 최근 행보와 맞물려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 '로 대 웨이드' 판례 뒤집는 다수의견 판결문 유출 되면서 논란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2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사건’ 판례를 뒤집기로 한 98쪽짜리 다수 의견 판결문 초안을 공개했다.
‘로 대 웨이드’ 판례는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한 기념비적인 판결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이 판례에 따라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 가능한 임신 24주 이전에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연방대법원의 다수 의견 판결문이 유출되면서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힌 상태다. 이 다수의견 판결문은 지난 해부터 연방대법원이 심리 중인 미시시피주 법률 위헌 심리와 관련된 것이다. 미시시피 주 법률은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다수 의견 판결문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연방대법원 49년 만에 깨지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에서는 각주 법률에 따라 낙태 허용 여부가 결정된다.
실제로 현재 미국에서는 최소 13개 주에 낙태를 금지한 법률을 갖고 있다. 이 법들은 일종의 ‘방아쇠법(trigger law)’으로 연방대법원 판례 때문에 실행 불가능한 상태지만, 판례가 바뀔 경우 곧바로 효력을 갖게 된다.
또 연방대법원이 판례를 바꿀 경우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들에서는 곧바로 낙태금지법을 준비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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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새롭게 마련한 4천 달러 복지 제도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수 십 만명에 달하는 아마존 직원들 중 낙태가 허용되는 주로 이동하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프로토콜은 “아마존의 직원 규모와 정치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낙태 비용을 지원하는 이번 복지 제도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