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열풍으로 원자재 수요 급증…글로벌 공급망 위기 심화

[이슈진단+] 치솟는 원자재 가격…K-배터리 업계는 소재 확보 중

디지털경제입력 :2022/02/03 19:18    수정: 2022/02/04 09:28

지난해 말 요소로 시작된 에너지 공급망 위기는 새해 들어서도 지속되는 분위기다. 불확실해진 대외 여건에 더해 주요 광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광물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전운이 고조되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천연가스 가격 폭등을 부채질했고, 인도네시아 정부의 석탄 금수조치 여파로 석탄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찍을 전망이다.

미국 석유시추설비 (사진=AFP/뉴스1)

미래 먹거리로 부상해 갈 길이 바쁜 배터리 업계도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니켈 등 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주요 에너지 공급국이 자국 우선주의 혹은 외교카드로 에너지를 활용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니·러시아 등 불확실한 정세에 출렁이는 에너지 공급망

인도네시아·러시아 등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지면서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인도네시아는 석탄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가 최근 부분적으로 수출 재개를 결정했다.

석탄 수출 금지는 비교적 일찍 해제됐지만 그 여파로 석탄 가격이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호주 뉴캐슬산 석탄 가격은 톤당 248.64달러까지 상승했다. 연초 보다 47.1달러(23.4%) 오른 것에 더해 역대 최고가였던 지난해 10월 15일의 253.55달러를 넘을 조짐이다.

석탄 가격 상승은 인도네시아가 석탄 수출을 조이자 호주·중국 등으로 석탄 물량이 가중된 데 따른 영향이다. 게다가 호주에서는 지난해 말 폭우가 계속되며 광산 가동률이 낮아졌다. 중국은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석탄 채굴과  발전을 줄이는 추세다. 이 때문에 석탄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석탄 발전소. (사진=로이터/뉴스1)

인도네시아발 석탄 수출 금지조치로 국내 선사업계 피해액도 늘어났다. 한국해운협회는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금지조치로 인한 선사 피해액이 220만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석탄 수출 금지조치로 인도네시아 현지에 출항을 앞둔 국내 선적이 발이 묶이면서 피해액이 불어났다는 설명이다.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에너지 공급망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미국이 러시아와 잠재적 전선을 형성하면서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LNG) 공급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이다.

유럽연합(EU) 국가는 절반 가까운 천연가스 수요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는 지난해 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 유럽’ 가스관 가동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유럽내 천연가스 가격은 전년대비 네배 가까이 폭등했다.

(일러스트=뉴스1)

러시아는 천연가스 뿐만 아니라 원유 공급 역시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관계가 지속되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90.02달러를 찍으며 2014년 10월 13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7.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역시 2014년 10월 이후 최고가다.

특히 자원빈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역시 남의 집 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LG전자 등은 상황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러시아에서 원유·나프타·유연탄·천연가스 등을 주로 수입하는데 전쟁이 발발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 갈 길 바쁜 'K-배터리' 발목 잡는 광물 가격 상승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친환경 시대의 마중물로 여겨지면서 배터리 업계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 CATL을 제외하면 세계시장에서 적수가 없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의 EU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판매 점유율은 71.4%에 이른다. 미국 시장도 2025년까지 전체 생산설비의 70% 가량을 차지할 전망이다.

잘 나가는 'K-배터리'지만 최근 잇따르는 광물 가격 상승에 고심이 커졌다.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리튬·니켈·아연 등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다.

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일 기준 니켈은 톤 당 2만3천400달러로 전년 대비 약 32% 상승했다. 아연 가격 역시 같은 기간 대비 44% 치솟았다.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리튬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1월 기준 Kg당 67.5위안이던 리튬 가격이 429% 폭등해 362.5위안으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리튬 가격은 오름세를 거듭하는 실정이다. 새해 들어서도 50%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가격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배터리 가격이 상승하면 전기차 가격도 연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무섭게 치솟는 광물 가격 상승에 원통형 배터리 가격을 인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원통형 배터리 가격을 평균 10%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대리점도 지난해 말 소형 거래처에 원통형 배터리의 가격을 7%가량 인상했다.

■ K-배터리 업계는 소재 확보 전쟁 중

상황 이렇다 보니 국내 배터리 기업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자재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올초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에서 공급되는 재료들에 불안 요소들이 있어 공급망을 다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리튬을 독일·칠레 등에서 확보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리튬정광이 추출될 광산이 건설되고 있는 모습.(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올 초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광산업체 라이온타운과 리튬 광석을 70만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외에도 벌칸에너지, 칠레 SQM과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원자재 확보 전에 들어갔다. 모회사인 LG화학 역시 일본 도레이와 분리막 합작공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공급망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소재 회사 간펑리튬 지분 1.8%를 매입해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폐배터리를 통한 원자재 재활용 방안도 심도있게 연구되는 상황이다. 폐배터리는 사용후 5~10년이 지나더라도 내부의 리튬·코발트·망간·니켈 등은 재활용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자재 수급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EVE에너지와 양극재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친환경 기술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2019년부터 중국 텐치리튬 자회사인 텐치리튬퀴나나(TLK)로부터 수산화리튬을 5년 6개월간 최대 5만톤 공급 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 암울한 원자재 가격...'그린 산업' 확대로 수요 계속 늘 것

문제는 앞으로도 광물 가격이 안정화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가 광종 시장 전망을 위해 조사하는 시장안정화지수에 따르면 리튬·니켈·아연 모두 이달 기준 '위험'을 가리키고 있다.

시장안정화지수는 0부터 100까지 값이며, 총 5단계(위험, 주의, 중립, 관심, 기회)로 수치가 높을수록 가격리스크가 감소함을 의미한다. 세 광물은 가장 부정적인 전망인 '위험' 수치로 리튬 6.26, 니켈 9.16, 아연 10.89로 조사됐다.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리튬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리튬 수요가 지난해 50만4천톤에서 올해 64만1천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해 리튬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가 발표한  '6대 전략광물 시장전망'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의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주요국의 경기부양책과 양적완화정책으로 전략광물은 시장강세가 1년 넘게 지속됐으나 올 하반기부터 미국 인플레이션에 따른 테이퍼링 가속화와 금리인상 조기추진 우려로 하방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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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리튬·니켈·아연 등 비철금속자원은 전기차·신재생에너지 등 4차산업혁명 관련 신규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가격 상승세가 꺾이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석탄(유연탄) 등은 그린 에너지원 선호 정책에 따라 중장기수요 둔화 가능성으로 광종별 수급 펀더멘털이 가격추세를 좌우할 전망이다.